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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상윤 "계속 뒤통수 맞아…`귓속말`, 어려웠던 작품"
입력 2017-06-03 08:01 
최근 끝난 SBS 월화극 `귓속말` 주인공 이상윤.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최근 끝난 SBS 월화극 귓속말 이동준 役
"이보영 누나, 예전에는 그냥 따라갔는데 이번에는 협업"
"극한의 상황 몰리면 잘못된 판단할 수도 있겠죠"
"연기 못한다는 말 기분 나쁘겠지만, 도전…울타리 안에 갇히기 싫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이상윤(36)에게 최근 끝난 SBS 월화극 귓속말 초반 촬영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박경수 작가와 이명우 PD가 원하는 지점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는 "속도감을 못 따라간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을 지적받은 이유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3~4회까지 모니터링을 다 같이 했거든요? 초반에 PD님이 내가 받은 대본과는 다른 반응을 요구해서 괜찮을까? 걱정을 했는데 방송을 보니 그 요구가 무엇인지 알겠더라고요. 큰 사건이 전하는 긴장감이 이동준의 입장으로 연기할 때 긴장감과는 차이가 있더라고요. 제가 놓친 부분이죠."
사회 비판적이고 정의를 추구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주로 쓰는 박 작가의 귓속말은 기존에 이상윤이 만났던 대본과는 약간 달랐다. 인물 중심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사건이 큰 줄기를 이루고 그걸 인물들이 따라가는 식이다. 또 한 회에만도 몇 번씩 공수 교대가 이뤄졌다. 반전에 반전, 급속도로 빠른 전개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전할 정도였다. 이상윤도 "대본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한시도 쉴 틈 없이 사건 진행이 빨랐고 신경전도 계속됐다. 끝날 때까지 집중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청부 재판 이후 대형 로펌 태백에 들어간 초반부터 많은 사람에게 집중포화를 받은 것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도망갈 곳조차 없는 곳에 몰렸다. 태백이라는 세트에서 옆 유리에는 조현화(이보영 분)가 보이고, 맞은편 유리에는 강정일(권율 분)이 보인다. 나를 한 번씩 때리기 위해 오는데 계속 놀라고 뒤통수를 맞는 순간의 연속이니 멍해지더라. 뭘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이르러 극한의 지점까지 갔던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상윤은 피로감을 호소한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한 회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면 좋을 것 같은데 계속 지속돼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작가님 방식을 좋아하는 마니아도 많은 것 같더라"며 "캐스팅되고 촬영을 시작할 즈음 응원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많은 부분 호흡을 맞춘 이보영과는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이후 5년여 만이다. 이상윤은 "예전에는 누나의 리드를 많이 따라갔는데 지금은 그래도 조금 협업한 느낌"이라고 좋아했다. 두 사람의 멜로가 부족한 데 대해서는 "처음에는 조금 더 멜로적인 부분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는데 작가님의 방식은 그런 게 아니더라. 그저 이야기가 진전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고민을 했다"고 짚었다.
이상윤은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꿈꿨다.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귓속말은 청부 재판이라는 잘못된 길을 택했던 신념의 이동준 판사가 결국 바른길로 돌아가는 걸로 끝이 났다. 이상윤은 그 결과를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이기에 청부 재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념의 판사라지만 자신의 모든 삶이 부정된다고 하면,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라면 어떻겠냐고? 그 상황에 부닥쳐 봐야 알겠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죄를 저질렀는데 그것 때문에 연기자로 평생 살아갈 수 없을 때, 불의와 손을 잡는다? 음, 아마 최선은 죄를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윤의 대척점에는 권율이라는 배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상윤을 힘들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권율이 연기한 강정일이 결국 벌을 받긴 했으나 17회 내내 이동준을 몰아세웠다. 이상윤은 "상대 세력이 너무 세다 보니 PD님에게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영리하고 똑똑한 데다가 지략과 인맥까지 훌륭한데 제가 가진 힘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준이 태백에 들어가 대응하고 자신을 던져야 했던 상황"이라며 "권율씨가 맡은 역할을 했으면 주도권을 끌고 가는 점 등등 때문에 조금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살짝 부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상윤은 특히 내지르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전작 공항가는 길에서도 내적 갈등이 심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감정 소모가 심한 작품을 연달아 해버린 셈이다. "귓속말은 기 싸움이 심한 상황인데 공항가는 길에서는 편하게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 표정을 읽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연기적으로 고갈되는 느낌을 받았기에 나를 채우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그는 "사실 공항가는 길을 끝내고 어떤 감정인지 혼란스러울 때 한 선배가 쉬는 것도 방법인데 악인이나 센 역할을 하며 비교되는 연기를 하는 것도 답일 수 있다고 해줬다. 그즈음 귓속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연속으로 참고 참으며 발산하지 못했으니 발산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여행도 다니고 드라마, 공연도 보며 운동도 하는 등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귓속말 현장은 여러 가지가 좋았던 곳이다. 이상윤은 이명우 PD의 말이 가장 크게 뇌리에 박힌 듯했다. "나는 반듯한 사람이 아니기에 주로 맡았던 캐릭터적인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살아온 시간이 쌓여 가치관 속에 묻어있는 것 같더라"고 한 그는 "이번에 PD님이 네가 가진 상식의 범위가 좁은 것 같다. 표현하는 영역이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이명우 PD와의 대화를 공개했다.
"어떤 인물이 탱탱볼처럼 튀는 행동을 할 수 있기에 그 사람을 흥미롭게 할 수 있는데 너는 그런 부분을 허용 안 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범위를 좁혔죠. 내가 가진 생각을 깨야겠다고 느꼈어요. 지금껏 살아온 경험이나 지식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통하는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조금 더 많은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권율이라는 친구를 통해 공부를 좀 했어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연기를 보면서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배워야 하는 본보기 같은 모습이라 고마웠죠."
이상윤은 "예전에는 다양한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다"며 "차츰 넓혀 나가야 하는 것 같다. 하나를 잘하면 다음 단계, 다른 작품들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을 먹어도 괜찮다. 물론 기분은 안 좋긴 하겠지만 그래도 욕을 먹는 게 도전해봤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이상윤, 그것도 잘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어떤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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