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 협치는 멀고 먼 길` 한국당 대여 강경투쟁 선언
입력 2017-06-01 17:01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여(對與) 전면투쟁을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20여일 만에 야당과의 소모전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 직후 여야가 내걸었던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면서 허니문은 벌써 끝난 분위기다. 한국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도 일부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사드 청문회 등을 놓고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어 6월 임시국회는 험로가 예상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일 "국회가 무력화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제1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들러리나 2중대 역할을 할 수 없다"며 "6월 국회는 치열한 국회가 될 것"이라고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정 권한대행은 이날 충북 단양에서 열린 한국당의 1박2일 연찬회에 앞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날 민주당 주도로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데 따른 후폭풍이다. 그는 특히 "한국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주재하는 일방적 국정 설명회 식의 성격을 가진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가 첫 회의를 갖기도 전에 물거품이 된 꼴이다. 정 권한대행은 "진정한 협치 정신의 구현을 위해서 국회가 주체가 되는 협의체 구성을 새롭게 제안한다"고 말하긴 했으나 사실상 대화 채널을 닫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울러 정세균 국회의장을 겨냥해 "의장의 각성과 재발방지 의지의 표명이 없다면 의장 주재로 매주 월요일 열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에 도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장관 청문회는 보이콧없이 참여키로 했다. 그는 "현미경 검증을 하는 것이 제1야당의 책무"라며 "앞으로 있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더 철저하게 엄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린 한국당 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는 정부·여당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 권한대행은 인사말에서 "여러분들도 이제 야당이 됐구나 실감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독선의 길로 점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철저한 반성의 시간을 갖고 혁신한다면 수권 기반을 닦아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은 능력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민생 중심 정책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한국당은 경제활성화, 서민 활력 회복, 공정사회 등 3대 과제를 중심으로 10대 입법 과제와 28개 세부 법안을 마련했다고 이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한국당이 이처럼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은 당내 역학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친박계 일각의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던 정 권한대행으로선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원내 리더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 당내에 '야당'을 해본 경험이 없는 초·재선 비중이 76%에 달하기 때문에 지도부가 강경론을 제시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7월 초 열리는 전당대회도 여야 관계에는 부정적 소재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당권 후보들이 일제히 대여 투쟁 노선을 강조하면서 지지층 규합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야당 반발에 대해 민주당은 일단 역공을 자제하며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협치정신을 펴는 데 부족함이 있다면 이해해달라. 야당을 더 경청하며 부족함을 채우겠다"며 "협치는 계속돼야 하고 더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통한 공통공약 이행, 합리적 인사기준 마련 등으로 협치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