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취재수첩] 쿠팡 `착한 채용`, 신기루로 끝날 것인가
입력 2017-06-01 15:36  | 수정 2017-06-01 15:59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배송 인력을 오는 2017년까지 4만명으로 늘리겠다."
지난 2015년 김범석 쿠팡 대표의 약속이다.
야속한 시곗바늘은 벌써 2017년 상반기 끝인 6월을 가리키고 있지만 쿠팡의 상황은 당시 김 대표의 당찬 포부와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쿠팡의 대표적인 차별화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이끈 쿠팡맨의 대량해고 사태와 이에 따른 배송지연 문제, 일부 물류센터 매각, 임직원 임금·상여금 체불 논란까지 연일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데다 이주 들어서는 쿠팡맨들이 청와대 국민인수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쿠팡사태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측을 상대로 소송과 노조 설립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2년도 안 돼 이런 상황에 처할 거라고는 김 대표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쿠팡이 지난 2015년 발표했던 쿠팡맨 고용안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당시 3500명이던 쿠팡맨을 2017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리고 물류센터도 전국에 21개를 구축해 물류센터 직원 등을 포함한 배송 인력을 4만명까지 확대하겠단 내용이 담겼다. 쿠팡맨 60%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여기에 들이는 투자 금액만 무려 1조5000억원. 앞서 소프트뱅크로부터 14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받긴 했지만 2010년 설립돼 갓 '스타트업' 이름표를 뗀 회사가 2년 내 국내 30대 기업의 일년 고용치보다 많은 고용을 창출해내겠단 계획은 '신기루'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침묵'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이번 문제에서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2015년 1년에 두 번의 기자간담회를 열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그는 미디어 뿐 아니라 대책위와도 접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기존보다 2배 더 큰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오픈라운지 등을 통한 소통을 강조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
경쟁 배송업체들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두고 '다 같이 벼랑으로 뛰어드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온라인 커머스 업계가 서비스를 지속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고 지적해왔지만 그 때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대답만 반복해왔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손실은 5652억원. 2년 연속 5000억원대 적자를 이어가면서 단순 계산으로는 1조원이 넘는 소프트뱅크 투자금이 모두 소진됐다. 이 역시 계획된 적자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성공신화는 네이버가 끝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올 정도로 스타트업 시장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제2의 성공신화를 꿈꿨던 쿠팡은 사실상 '남의 돈'이라는 새로운 투자 유치만 바라보게 됐다. 신규 투자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현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배송에 이어 착한 채용으로 혁신을 꿈꿨지만 그저 '신기루'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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