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해에서 되면 전세계 된다" SKT, 수중통신망 구축
입력 2017-05-31 16:19 

지난달 30일 인천 남항을 출발한 25t급 선박 '하나호'가 서해상에서 'Welcome, Press'라는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약 800m 떨어진 다른 선박에서 SK텔레콤 수중통신 시연회에 참석한 기자들을 환영한다며 보낸 메시지였다. 이 문자는 공기중 전파를 타고 온 게 아니었다. 바닷속 음파를 타고 도착한 데이터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각종 해난사고 구조, 안보, 산업적 측면에서 수중통신 기술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전세계 국가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SK텔레콤과 호서대는 LTE 방식 바닷속 통신기술을 선보였다. 직교주파수분할다중방식(OFDM)으로 수심 25m에서 음파에 LTE 주파수를 얹어 문자·사진 데이터 등을 전송하는 기술이다. 시연에서 SK텔레콤은 문자 외에 컬러 사진 3장과 수온·염도 등 해양 정보도 전송했는데, 전송 속도는 40Kbps로 아직은 유선 전화기 모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SK텔레콤과 호서대는 앞으로 바닷속에 각종 센서와 기지국을 설치해 본격 수중통신 시대를 연다는 방침이다. 수중통신은 바닷속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가 수중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로 전달되고, 이어 위성·LTE 등 통신망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전 과정은 무선으로 이뤄지며, 물속에서는 음파, 공기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한다. 연구책임자인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이런 방식의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 기술 개발은 해양수산부 국책연구과제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다. 호서대와 SK텔레콤 외 13개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수중 기지국이 상용화되면 재난 발생 시 구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국방 △방사능·패류 독소 감시와 적조 모니터링 △쓰나미·해저지진 조기 경보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학림 교수는 "서해처럼 혼탁도가 심하고 조류가 센 곳에서 수중통신망이 성공한다면 전세계 어디서나 가능해질 것"이라며 "수중 환경에 적합한 최적의 방식을 찾아 통신하는 '알파고 모뎀'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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