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적기 안에서 정유라 체포한 법적 근거는?…내일 밤 구속영장 청구할 듯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우리 검찰에 의해 체포되면서 그 법적 근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호송팀은 31일 새벽 4시8분께(이하 한국시간) 정씨가 암스테르담공항에 기착한 인천행 대한항공 KE926편에 탑승하자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정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날 검찰의 법 집행은 범죄 장소에 따라 형법을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속지주의'와 '기국주의'에 따른 것이다.
속지주의는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형법을 적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를 결정하는 원칙이다. 형법에는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우리 형법을 적용하는 속지주의(형법 제2조) 조항이 마련돼 있다.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안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 형법을 적용하는 기국주의(형법 제4조) 조항도 있다. 이는 항공기나 선박은 그 국적을 가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한다는 원칙이다. 공해상이나 외국이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비행기와 선박은 한국의 사법 주권이 영향을 미친다는 법 해석이다.
기국주의는 현재 많은 국가가 합의한 국제법상 원칙으로 형법 4조에도 일부 반영된 것이다. 제4조는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한국 국적의 선박 또는 항공기를 사실상 우리 영토로 보고 그 장소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을 처벌할 수 있다고 명문화한 것이다. 범죄자나 피해자의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의 항공기나 선박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국내 형법을 적용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토 개념에 속하는 국적기를 태우면 탑승 즉시 호송팀에게 사법 권한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적 안정감 속에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이 실질적으로 정씨를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정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체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전까지 조사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체포 시점을 늦출 것이란 전망에서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체포영장 집행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예상을 뒤엎고 정씨를 한국 국적기 탑승 직후 체포했다. 검찰로선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까지 비행시간인 11시간가량을 손해 본 셈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조기 집행한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검찰은 이미 최씨와 이화여대 관계자 등 정씨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혐의 입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둔 상태다. 또 그동안 정씨가 덴마크 등지에서 도피해왔음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발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실질적으로 정씨를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 다음달 1일 자정까지라는 점을 고려해 이르면 1일 늦은 밤 서울중앙지법에 정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씨는 이날 오후 3시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며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그동안 피해왔던 조사를 받게 된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