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원, 페이스북 타인 비방 글에 좋아요 누른 남성에 명예훼손죄 판결

특정인을 겨냥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한 남성에게 명예훼손죄가 인정됐다.
미국 AF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은 30일(현지시간)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인 에르빈 케슬러를 인종주의자·반(反)유대주의자로 비난한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른 45세 남성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4000프랑(약46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5년 페이스북에선 동물복지단체의 채식주의자 페스티벌 참가 허용 여부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해당 남성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케슬러 비방글 6개에 '좋아요'를 눌렀다.
케슬러는 20여년 전 유대인의 제물 살해 의식을 나치가 저지른 행위에 비유해 인종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취리히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비방글을 올렸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피고인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명백히 부적절한 내용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글의 사실 여부는 증명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이 '좋아요'를 눌러 비방글이 친구들에게 전파됐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눌러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첫 사례로 큰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으로 남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단순히 '좋아요'만 누른 행위도 명예훼손 범주에 포함되는지, 역으로 이번 사건이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사례는 아닌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