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 85%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증세 찬성"
입력 2017-05-28 17:04 

정부 주도의 공격적인 일자리 창출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그 전제조건인 증세 일반론에는 국민 절반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 국민 10명중 8명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세를 통해 일자리창출과 복지강화 재원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 소위 기득권층이나 부유층에 대한 세금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국회의장실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3일 성인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집행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 3.1%p)에 따르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1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응답자의 67.5%가 찬성했다. 반대는 22.3%였고, 모름·무응답이 10.2%로 나타났다.
10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에 대해 절반 넘는 상당수가 찬성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에 대한 찬성률(80.9%)보다는 떨어지는 수치다. 추경에 대한 찬성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이념거리에 비례해 결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자는 추경에 10.7%만이 반대했지만, 국민의당은 30.7%, 바른정당은 37.4%, 자유한국당은 45.9%가 반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국민 절반(51.3%)은 새정부 공약실천을 위한 증세에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에는 찬성해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

'새정부 공약실천을 위해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인상하는 것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5.5%가 찬성했다. 반대는 11.6%, 모름·무응답이 2.9%였다.
특히 고소득자 증세는 '중산층 유리지갑' 계층에서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직업별로 자신을 정규직으로 대답한 응답자의 90.1%가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을 찬성했고, 비정규직은 88.9%, 자영업자는 85.2%, 학생·주부·무직·기타는 81.3%로 뒤를 이었다. 월가구소득이 300만원대라고 밝힌 응답자가 92.8%, 400만원대는 90.2%의 찬성률을 나타내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90.8% 찬성해 가장 높았고 60세 이상은 78.0% 찬성으로 가장 낮았다.
'새정부 공약실천을 위해 대기업의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2.5%, 모름·무응답이 5.2%로 나타났다.
대기업 증세에 대해선 지지정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대기업 증세에 90.4% 찬성했고, 정의당 89.9%, 국민의당 83.0%, 바른정당 82.3%가 찬성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찬성이 57.8%에 그쳤고, 반대도 36.6%나 됐다.
일자리 확충과 복지확대에 따른 재원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게서 집중적으로 거둬들이는 데 따른 이념적 갈등과 대립이 향후 정국에서 정쟁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제 국회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편성이나 법안 마련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여야 할 때다"라며 "다만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의견이 강한데 국가경제와 사회정의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치한 분석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키로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국민들은 인상 자체엔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그 인상폭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까지 인상시키기 위해 연간 15% 이상의 상승률이 필요한데, 그 실현가능성을 놓고 찬반이 갈린 셈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8%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에 찬성했다. 이어 ‘1만원 미만으로 인상'이 28.9%, ‘1만원 초과 인상'이 18.2% 순이었다. ‘현행 6470원 유지' 의견도 4.1%를 차지했다. 전체 국민 절반(53%)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최소 1만원까지는 올라야한다는 생각이지만, 셋 중 하나(33%)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공약이 다소 성급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공약대로 연간 15%씩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이해집단간에 상당한 진통이 일어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저임금 부근의 일자리 고용이 잦은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자영업자들은 '현행 유지'에 8.0%, '2020년까지 1만원 미만으로 인상'에 37.1%를 응답하면서 45% 이상이 1만원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19-29세)의 36.6%가 '1만원 미만 인상'을 주장하면서 전체 연령대중 가장 보수적인 응답을 보였다.이는 적극 구직층이 많은 20대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구직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직업별 선호도 역시 엇갈렸다. 자영업자의 경우 전체 37.1%가 1만원 미만에, 13.1%가 1만원 초과 인상을 희망한다고 밝힌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24.4%가 1만원 미만에, 25%가 1만원 초과 인상에 찬성하며 대조를 이뤘다. 고용 부담이 큰 자영업자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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