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슈너, 러 스캔들 몸통으로…WP "비공식 대화채널 구축 제의"
입력 2017-05-28 16:27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와 비밀 대화채널 구축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쿠슈너가 지난 해 12월 1일 또는 2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트럼프 측과 러시아 사이에 비공식 대화채널 구축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슈너는 또 미국 소재 러시아 대사관과 영사관 설비를 비공식 대화채널에 활용할 것을 논의했다. 당시 키슬략 대사는 쿠슈너와 플린의 이같은 제안에 상당히 놀랐으며 즉각 러시아 고위 외교당국자에게 보고했다.
로이터통신도 쿠슈너와 키슬략 대사가 지난 해 대선을 전후해 최소 3차례 비밀접촉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공식 채널 마련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쿠슈너가 지난 해 12월에 만났던 러시아 국영 브네시코놈뱅크(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은 '스파이 양성소'로 불리는 러시아 정보기관 FSB에서 훈련받은 인물로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푸틴의 친구'로 지목된 인물이라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쿠슈너가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에 이어 러시아와 비밀 대화채널 제안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러시아 스캔들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쿠슈너가 트럼프의 최측근 실세이자 맏딸 이방카의 남편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교감없이 이같은 행동을 했을 것으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정황과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쿠슈너가 키슬략 러시아대사와 만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형사범죄 수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트럼프는 즉각 쿠슈너를 해임해야 한다"며 촉구했다.
국가안보국(NSA) 고문변호사 출신인 수전 헤네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쿠슈너가 백악관에 더이상 머물러서는 안될 만큼 엄중한 사안"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쿠슈너가 러시아와 비밀채널을 구축하려 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아니면 허락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존 매클로플린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와 관련해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슈너 의 비밀대화 채널 제안이 사실이라면 이는 간첩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모든 실무 준비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뮬러 특검은 수사관을 비롯한 지원 인력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했으며 대변인까지 선정해 사실상 특검수사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 의회 조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2015년 6월 트럼프 선거캠프가 출범한 이후 생산된 러시아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쿠슈너 측은 FBI와 의회 조사 등에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다양한 나라와 비밀채널이 있고 이는 신중한 통화를 가능하게 해준다"면서 "(러시아와 비밀 대화채널 구축 시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쿠슈너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러시아 대선 개입 조사와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른바 '워룸(War Room)'을 마련할 계획이다. 워룸에는 지난 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첫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코리 루언다우스키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