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자금 신흥국 대이동…韓비중 확대
입력 2017-05-24 17:39  | 수정 2017-05-24 23:33
미국 등 선진국에 집중됐던 글로벌 주식형 펀드 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옮겨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정책 방향성이 모호해진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를 통해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글로벌 펀드 자금 동향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 지역 위주로 투자하는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9주 연속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새 가장 긴 자금 유입 기록이다.
특히 전 세계 신흥국 주요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로는 19주 연속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작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최장기간이다. 올해 들어 신흥국 주식형 펀드와 GEM 펀드에 유입된 투자 자금이 각각 210억달러와 297억달러에 달했다.
주간 단위로 살펴보면 지난주(11~17일) GEM 펀드에는 약 30억6700만달러가 집중됐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 펀드에선 88억37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한 주간 신흥국 전체 주식시장에 38억6600만달러가 유입되는 동안 선진국에선 54억9200만달러가 유출됐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눈이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한국을 포함해 신흥 시장으로 옮겨 가는 추세"라며 "특히 트럼프 스캔들로 인해 북미 지역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미 지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주식형 펀드에선 3주 연속 글로벌 투자자금(207억달러)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지난주에만 88억37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이처럼 글로벌 투자 자금이 선진 시장에서 빠져나가 신흥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주된 이유로는 신흥국 내 투자 환경 개선과 저평가된 주식 가치가 꼽힌다. 그간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주요 주식시장은 미국 등 선진 시장 동향에 따라 변동성이 컸지만 이제는 견조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투자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의 글로벌 이머징 마켓 포커스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글로벌 이머징 주식시장의 경우 선진 시장에 비해 가격이 할인돼 있고 투자 환경이 정상화하면서 평균 가치로 복귀하는 조정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진입하기에 유리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신흥 시장의 2월 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선진 시장에 비해 약 5.6배 할인된 수준에 불과하다"며 "과거 실적 기준 평균값인 3.56배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가격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 중인 코스피와 관련해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GEM 펀드 내 한국 비중을 종전 최대치(12.2%·2014년 8월)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4월 말 기준 현재 GEM 펀드 내 한국 비중은 11.2%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보통 GEM 펀드 내 한국 비중은 9~10% 수준이지만 올 들어서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한국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유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주요 신흥국 가운데 저평가된 코스피 주가 수준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12개월 선행 PER는 9.3배로 신흥국 평균(12.3배)보다도 저평가돼 있다. 한국의 지난 10년 평균 PER도 9.9배에 불과했다.
한편 국내에 설정된 주요 펀드별 수익률도 신흥국과 선진국 간 대조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6.2%인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2.5%에 그쳤다. 특히 그동안 양호한 성과를 나타냈던 북미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4%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도 낮았다. 아시아퍼시픽 주식형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4.8%였다.
아울러 이 매니저는 신흥 시장의 추가 상승 잠재력에 대해 "MSCI 이머징시장 지수(2017년 3월 말 기준) PBR는 1.6배로, 과거 평균(1.8배)과 비교해 추가 상승 여력이 13% 정도로 여전히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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