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과학기술계 신정부에 건의 "연구 자율성 달라, 책임 지겠다"
입력 2017-05-24 16:17 

국내 과학기술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학기술계 대선공약 중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정책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 꼽혔다. 또한 과학기술계는 정책의 중장기적인 지속을 위해 과학기술분야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이런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24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신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에서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대선이 끝난 10~14일 동안 진행됐으며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대학교수, 기업인 연구원 등 1238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국내 과학기술인들은 자율성·책임성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 가장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꼽은 사람들은 전체의 49%에 달했다. 국내 R&D 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런 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과학기술계는 불합리한 규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2015년 기준으로 국내 R&D 과제가 5만 4433개인데 이중 감사에서 지적 받은 것은 0.4%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나머지 99.6%의 과제까지 잠재적인 잘못을 했다 생각하고 추가 규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마다 R&D 성과 평가에 대한 기준, 형식 등이 달라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서류작성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것도 자율성을 침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우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만약 R&D에 실패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면 된다"며 "우리나라 연구자들도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만큼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면 더 좋은 성과들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성과 책임성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부공약 중 중점 추진해야 할 분야로는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 제외(52%)'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꼽혔다. 현재 정부출연연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나로호를 발사하고 달탐사를 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강원랜드 등과 동일한 평가와 규제를 받고 있다.
대선공약과 별개의 질문에서 응답자들의 31%는 과학기술 진흥정책의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25%는 기초연구·거대과학 등 순수 연구 진흥정책에 집중하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19%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미래기획기능을 총괄하는 부처가 좋겠다고 응답했다. 현재 R&D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4%에 불과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과학부처가 교육과 ICT와 결합되면서 R&D 행정이 위축됐다는 현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김명자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수요자 중심의 정책 수립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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