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에 3층짜리 상가를 갖고 있는 A씨는 최근 건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찾았다. 처음에는 막연히 매각만 생각했다. 하지만 센터 직원들과 상담한뒤에 기존 건물을 허물고 지상 10층 규모의 상가·오피스·오피스텔을 한데 모은 복합건물로 재건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하철 5·7호선 역세권이면서 인근에 대학교가 많은 만큼 유동인구와 임대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상권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최근 부동산 투자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자문센터를 잇따라 개설한 신한·국민·우리은행이 은행마다 각자의 강점을 살린 특화 서비스를 앞세워 부동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1곳씩 운영하는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는 해당 건물에 가장 적합한 임차업종을 알려주는 종합 상권분석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전국 1200여 주요상권과 시장동향분석, 고객층과 유동인구 분석 등을 한데 모아 만든 상가정보 통합시스템을 활용, 고객이 원하는 입지에 가장 잘 맞는 MD(매장 구성)을 대행해주고 있다.
고객이 특정 건물에 대한 상담을 의뢰하면 주변에 거주하거나 오가는 인구수와 이들의 소비행태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인근에 영업중인 상가매출액을 들여다보고 최근 몇년째 성장하거나 반대로 쇠퇴하는 업종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달 본점과 강남·잠실에 부동산투자지원센터를 개소한 우리은행은 전문업체와 손잡고 임차인을 모집하고 시설관리·임대료 수납까지 해주는 부동산 임대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전국 9만여개 오피스빌딩 사무실 임대와 임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다이렉트와 제휴를 맺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회사를 운영하는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임대사업을 하는 고객들의 경우, 건물에 일일이 신경쓰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부동산 관리 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연 신한은행은 비대면 방식의 전문 경매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경매 정보와 추천물건 정보를 보여주는 온라인 자문서비스 'E-경매·투자자문'이 대표적이다. 7월에는 경매물건 구입시 비대면으로 관련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종합 서비스도 시작한다. 간접투자에 관심있는 고객을 위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해외 부동산 유동화 펀드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달 글로벌 부동산 1호로 선보인 벨기에 소재 유럽연합(EU) 임차건물 투자펀드는 출시 2주만에 목표로 잡은 300억원 어치가 모두 팔려나갔다. 올해 부동산 투자자문시장에서 세 은행이 거둔 성적표를 보면 자문센터 인력(신한 12명, 우리 6명, 국민 4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이 투자자문과 펀드 등 간접상품 판매 수수료를 합쳐 23억6000만원의 실적을 거둬 신한은행(20억원)과 우리은행(5억7100만원)을 앞질렀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자문사업 수수료는 작은게 사실이지만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이들의 우량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만큼 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