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위해 연구 용역 냈다…정착까지 먼 길 예상돼
국민연금은 이달 초 연금의 특성에 맞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냈습니다.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사례와 국민연금이 이를 도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자산 운용상 제약,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입찰 제안서를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재공고를 내야 했습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주체가 많지 않다"며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연구기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상당 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의 과제는 경험이 부족한 기관투자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일입니다.
투자자들이 정부가 이달 말 발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해설서)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한 쟁점은 크게 5% 룰(지분보유 공시 의무)과 미공개정보 이용 2가지입니다.
자본시장법상 특정 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영업일 내에 공시해야 하며, 5% 이상 보유 중인 종목을 1%포인트 이상 사고팔았을 경우 매매가 이뤄진 다음 달 10일까지 공시해야 합니다.
단순투자목적일 경우 그렇습니다.
그러나 적극인 주주 활동을 하는 '경영 참여 목적 투자자'가 되면 주식 거래 내역을 5영업일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특정 상장회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단순투자목적'을 유지한 채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 활동에 나설 때도 강화된 공시 의무를 적용받아야 하는지가 업계의 관심사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매매 종목을 수시로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데다 공시 업무량 또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 합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가 '의결권 공동 행사(공동 보유)'에 합의할 경우 5% 룰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관심사입니다.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여러 기관투자자가 공동으로 기업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은 5% 룰과 공동 보유에 대해 어떤 것이 법에 저촉되고, 어떤 것은 허용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제거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5% 룰과 관련해 경영 참여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스튜어드십 코드 해설서에 들어간다"며 "공동 보유의 경우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계약을 했거나 명확히 합의한 경우에만 공동 보유로 보고 공시 의무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기업의 배당 결정에 의견을 내는 것도 '회사 경영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기금은 특례를 적용받아 배당 정책에 관여해도 경영 참여로 간주하지 않지만, 일반 기관투자자는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됩니다.
이 경우 공시 의무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미공개정보 이용입니다.
기관투자자가 회사 측에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거나 정관 변경, 임원 선임·해임 등을 제안할 경우 회사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하기 전까지 기관투자자의 해당 회사 주식 매매가 금지됩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미공개정보인지에 대한 해석부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상장기업 경영에 대해 의견서를 내는 행위 자체를 미공개정보로 보고 주식 매매를 중단한다면, 이후 고객의 환매 요청이 들어올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자산운용사들은 보통 100개에서 150개 기업에 투자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들 기업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드는 인력과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기업지배구조개선 운용전략을 표방한 투자자문사를 세웠으며, 알리안츠자산운용에서 10년간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운용한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반에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종목 중 비중이 큰 20개 종목에 적용하고 두 번째 해에는 30∼40개 종목으로 늘리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보다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이행 상황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점검하게 돼 있지만 지배구조원은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 기관이 모니터링해야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원일 대표는 "전 세계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국가 중 공공기관이 직접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제대로 시행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와 상장기업 경영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가는 과정"이라며 "제도 정착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초반에는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국민연금은 이달 초 연금의 특성에 맞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냈습니다.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사례와 국민연금이 이를 도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자산 운용상 제약,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입찰 제안서를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재공고를 내야 했습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주체가 많지 않다"며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연구기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상당 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의 과제는 경험이 부족한 기관투자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일입니다.
투자자들이 정부가 이달 말 발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해설서)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한 쟁점은 크게 5% 룰(지분보유 공시 의무)과 미공개정보 이용 2가지입니다.
자본시장법상 특정 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영업일 내에 공시해야 하며, 5% 이상 보유 중인 종목을 1%포인트 이상 사고팔았을 경우 매매가 이뤄진 다음 달 10일까지 공시해야 합니다.
단순투자목적일 경우 그렇습니다.
그러나 적극인 주주 활동을 하는 '경영 참여 목적 투자자'가 되면 주식 거래 내역을 5영업일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특정 상장회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단순투자목적'을 유지한 채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 활동에 나설 때도 강화된 공시 의무를 적용받아야 하는지가 업계의 관심사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매매 종목을 수시로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데다 공시 업무량 또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 합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가 '의결권 공동 행사(공동 보유)'에 합의할 경우 5% 룰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관심사입니다.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여러 기관투자자가 공동으로 기업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은 5% 룰과 공동 보유에 대해 어떤 것이 법에 저촉되고, 어떤 것은 허용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제거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5% 룰과 관련해 경영 참여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스튜어드십 코드 해설서에 들어간다"며 "공동 보유의 경우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계약을 했거나 명확히 합의한 경우에만 공동 보유로 보고 공시 의무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기업의 배당 결정에 의견을 내는 것도 '회사 경영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기금은 특례를 적용받아 배당 정책에 관여해도 경영 참여로 간주하지 않지만, 일반 기관투자자는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됩니다.
이 경우 공시 의무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미공개정보 이용입니다.
기관투자자가 회사 측에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거나 정관 변경, 임원 선임·해임 등을 제안할 경우 회사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하기 전까지 기관투자자의 해당 회사 주식 매매가 금지됩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미공개정보인지에 대한 해석부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상장기업 경영에 대해 의견서를 내는 행위 자체를 미공개정보로 보고 주식 매매를 중단한다면, 이후 고객의 환매 요청이 들어올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자산운용사들은 보통 100개에서 150개 기업에 투자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들 기업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드는 인력과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기업지배구조개선 운용전략을 표방한 투자자문사를 세웠으며, 알리안츠자산운용에서 10년간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운용한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반에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종목 중 비중이 큰 20개 종목에 적용하고 두 번째 해에는 30∼40개 종목으로 늘리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보다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이행 상황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점검하게 돼 있지만 지배구조원은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 기관이 모니터링해야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원일 대표는 "전 세계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국가 중 공공기관이 직접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제대로 시행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와 상장기업 경영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가는 과정"이라며 "제도 정착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초반에는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