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해 30만 마리 '로드킬'…이름뿐인 생태통로
입력 2017-05-19 19:30  | 수정 2017-05-23 20:44
【 앵커멘트 】
도로에서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이른바 '로드킬'로 한 해 30만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통로가 전국 곳곳에 조성됐는데, 과연 제 구실을 하고 있을까요?
김영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도로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고라니 한 마리가 차에 부딪힙니다.

심지어 멧돼지 떼가 출몰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집니다.

(현장음)
- "야! 멧돼지다!"

이렇게 도로에서 목숨을 잃는 야생동물은 한해 30만 마리.

로드킬을 줄이려고 전국에 생태통로 460여 개를 만들었지만, 상당수가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의 한 생태통로를 찾아가봤습니다.


주변이 과수원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고, 진입로엔 등산로 팻말과 함께 오가는 건 등산객뿐입니다.

▶ 스탠딩 : 김영현 / 기자
- "입구에는 이렇게 사람 사는 집이 있다 보니 사실상 동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기에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아파트와 야산 사이에 만들어진 또 다른 생태통로.

이곳 역시 주민들의 산책로가 됐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사람밖에 보지 못했지 뭐…. 등산하러 다니는 사람들…."

경기도의 한 혁신도시에 만들어진 생태통로는 제 기능을 못하자 아예 용도를 바꿔 공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달에 한 번도 야생동물이 지나지 않는 생태통로가 전체의 70%를 넘습니다.

산이나 들에 도로나 건물을 지을 때 사업자가 생태통로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환경부의 모범기준에 따라 만든 경우는 고작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 인터뷰(☎) : 환경부 관계자
-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니까 (생태통로 만드는 기관에서) 안 따른다고 해서 딱히 처벌이나 되는 게 아니니까…."

애초부터 잘 못 만들어진 생태통로 때문에 애꿎은 야생동물들만 도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영현입니다. [ yhkim@mbn.co.kr ]

영상취재 : 박인학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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