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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종영]시공 초월한 민초의 힘이 준 공감과 위로
입력 2017-05-17 07:56  | 수정 2017-05-18 11:3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이 16일 30부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그린 사극. 초반부에는 매 회 가슴을 뜨겁게 했던 아모개(김상중)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그의 사후엔 영웅으로 성장해 간 길동(윤균상)의 성장이 돋보였다. 이후엔 지도자의 무게감을 홀로 견디는 길동과 그런 길동을 믿고 살고자 발버둥치는 민초들의 모습이 빛났다.
◆ 연산-길동 엇갈린 운명, 결국 권선징악-인과응보
권선징악이었다. 이날 최종회에서는 중종반정을 통해 옥좌에서 내려온 연산군(김지석)의 쓸쓸한 말로와 함께 궁에서 쫓겨난 장녹수(이하늬), 월하매(황석정)의 비참한 최후가 그려졌다. 장녹수는 미치광이가 된 연산군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으나 백성들이 던진 돌에 파묻혀 그대로 돌무덤이 돼버렸다. 인과응보였다. 귀양길 장녹수의 돌무덤을 발견한 연산군은 오열했고, 그 또한 피로 물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민초들의 힘으로 반정에 성공한, 사실상 ‘역적 속 중종반정의 핵심 인물인 홍길동(윤균상)은 향주목으로 돌아와 가령(채수빈)과 재회했다. 가령은 홍길동의 활약을 아기에게 전하겠다며 둘 사이 새 생명을 잉태한 소식을 알렸다. 반정 세력은 구세력을 처단하며 새로운 정치를 다짐했고, 새 세상을 위한 소임을 마친 홍길동과 무리들은 어느 섬(율도국)에서 평화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후 홍길동을 봤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평화롭게 지내던 홍길동 무리는 백성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다시 나타나는 신출귀몰하는 시대의 영웅으로 구전됐다. 사이다 같은 해피엔딩이었다.
◆ 홍길동의 시대, 2017년 대한민국과 제대로 통했다
민심은 곧 천심이었다. ‘역적의 부제인 ‘백성을 훔친 도적이라는 일관성은 30부 내내 드라마를 관통했다. 신분제 사회, 특히 왕조시대임에도 불구, 성난 민심은 왕을 몰아내고 새 시대를 여는 정당성이 됐다.
이는 ‘역적이 시청자에게 준 큰 울림이었고,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최순실이 일으킨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촛불집회, 탄핵, 그리고 조기대선을 통한 새 대통령의 선출까지. ‘역적이 방영된 2017년 대한민국의 시국과 오묘하게 오버랩 됐다.
홍길동은 스스로 떨치고 일어난 민초의 중심세력이었지만, 그의 든든한 뒷배는 역시 백성, 민초였다. 새 왕을 추대해 새 시대를 열었다고 하여 끝나지 않았다. 민초들은 언제나 그들을 대표해 국정을 이끄는 국가의 주요 세력을 견제하며 그들이 올바른 정치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작금의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 또한 홍길동 시대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 격하게 칭찬해…윤균상·김지석·이하늬·채수빈·김상중 그리고 무수한 배우들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의 주인공으로 나선 윤균상은 우려를 넘어선 호연으로 ‘역적을 든든하게 이끌었다. 다수의 작품에서 이미 조망했던 실존인물을 그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김지석과 이하늬의 활약 역시 ‘역적의 필살기였다. 길동의 정인 가령 역의 채수빈 또한 완벽한 어우러짐을 보여줬다. 김상중은 말이 필요 없이 존재 자체로 ‘역적에 무게를 더했다.
이렇듯 ‘역적의 크레딧에는 윤균상, 김지석, 이하늬, 채수빈, 그리고 극 초반에는 김상중 등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올라가지만 ‘역적의 주인공은 단연 ‘모두였다.
특히 ‘역적 26회 방송분 중 길동도, 연산도 아닌 이름 모를 민초가 장식한 엔딩은 이 드라마가 시사한 또 하나의 울림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동춘(최교식)에 집중하면서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감동을 배가시킨 것.
실제 동춘을 연기한 배우 최교식은 단역 생활 26년차 배우다. 한 해에 단역으로 40여 개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최교식에게 ‘역적은 엔딩을 선물했다. 이는 사료에 등장하지 않는 무수한 민초들 또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걸 몸소 보여준 ‘역적의 탁월한 선택이었으며, 그 자체로 ‘역적이 보여주고자 한 정신이었다.
◆ 김진만 PD 연출-안예은 OST마저 완벽했다
곳곳에 고구마 가득한 세상에 ‘역적은 카타르시스 넘치는 한 잔의 사이다였다. 자칫 놓치기 쉬운 디테일도 시종일관 살아있었다.
한 번 빠져들면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에, 시원시원한 전개까지. 김진만 PD의 탁월한 완급 조절로 ‘역적 시청자들은 결코 이탈하는 법이 없었다. 아모개의 설움에, 길동의 비분강개에 시청자 모두 함께 울었다.
폭정이 심해질수록 민초의 외침도 드세졌다. 홍길동을 응원하는 민초들이 ‘익화리의 봄을 합창하는 장면 등은 흡사 명작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독보적인 감성으로 ‘역적 OST에 참여한 뮤지션 안예은 또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결국 ‘역적은 ‘피고인(SBS)과 ‘화랑(KBS) 사이 월화극 후발주자로 고전이 예상됐음에도 불구, 10%대 초중반의 견고한 시청률을 유지했으며 호평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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