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와 조기 대선 영향으로 닫혀있던 회사채 시장이 다음주부터 다시 열린다. AA급 이상 우량채와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이 몰리면서 2조4000억여원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을 시작으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12개사로 이들 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총 2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연휴로 회사채 발행이 미뤄진 데다 일부에서는 다음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발행 물량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AA급 이상 우량채를 중심으로 발행이 이뤄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신용등급 AA+)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그동안 추진해 온 고도화 설비 증설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발행대금은 충남 대산에 위치한 납사분해시설(NCC) 증설과 충북 오창의 자동차전지 생산시설 확장 등에 쓰일 예정이다. 뒤이어 호텔신라(AA) 2000억원, LS산전(AA) 800억원, LG하우시스(AA-) 1500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AA-) 2000억원, 롯데렌탈(AA-) 2000억원 등 AA급 이상 우량채가 연달아 발행된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AA급 이하 비우량채까지 회사채 시장에 나온다. 한화케미칼(A+)과 코오롱인더스트리(A)는 각각 500억원,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BBB급 가운데서는 건설업체 한양이 이달 말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은 오는 2021년 도입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고 지난해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해 크게 떨어진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각각 4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동부화재의 RBC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258.85%에서 4분기 말 173.16%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현대해상의 RBC비율은 222.02%에서 158.29%로 하락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달 말부터 이번달 초까지 수요예측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12일 LG화학을 시작으로 5월 셋째 주부터는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며 "우량 등급 업체들의 수요예측이 다수 예정돼 있고 6월 FOMC 회의를 앞두고 선발행 수요도 있어 주요 연기금들의 참여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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