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개미들 투자문의 쇄도
입력 2017-05-11 17:46  | 수정 2017-05-11 20:59
주식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거들떠보지 않고 적금만 고집하던 직장인 김 모씨(35)는 최근 난생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 종목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씨는 "코스피가 2300을 뚫은 이후 더 갈 거란 예측이 쏟아져 솔깃했다"며 "주식에 정통하다는 친구들에게 종목을 추천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연일 랠리를 펼치자 "지금이라도 주식에 돈을 묻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개미들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가 주도한 코스피 상승장에 소외됐던 개인들이 잇달아 '추격 매수' 작전에 나서는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6558억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코스피 거래대금은 최근 가파르게 늘었다. 매일 4조원 안팎에서 고정됐던 거래대금이 지난 8일 6조7959억원으로 급증하더니 10일에는 9조3837억원으로 6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12월 1일(9조3400억원) 이래 최대치였다.
단기간 급증한 거래대금은 고민하는 개미들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단 주식에 돈을 묻었던 개인들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코스피를 맞이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약 5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개인은 이후 5거래일간 다시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코스피가 6년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4일을 전후로 일단 수익을 챙기자는 흐름에 가담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부담스러워 사지 못했던 코스피 대형주를 담으며 더 큰 수익을 목표로 정한 심리가 읽힌다.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를 놓고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54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7일 이후 개인은 약 2041억원어치 주식을 쓸어 담으며 '삼성전자 올라타기'에 나섰다. 개인은 이달 들어 한국전력 주식 1376억원어치, SK텔레콤 주식과 포스코 주식을 각각 310억원, 161억원어치를 함께 담으며 대형주 랠리에 가담하는 분위기다. 개인 물량이 한 차례 손바뀜을 거쳐 코스피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팀장은 "남편이 증권사에 다녀도 주식을 안 하던 배우자가 최근 정기적금을 해약해 5000만원을 투자해 수익을 보자, 마이너스통장으로 3000만원을 더 대출받아 추가로 투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동욱 신영증권 명동지점 이사는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대형주 중에 주주환원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배당주 등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라며 "상장지수펀드(ETF)나 가치고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개미들이 코스피 추격 매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지금이 고점 아니겠느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증권사 객장에 사람이 몰리면 그때가 꼭지'라는 증권가 오랜 격언으로 볼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 기업 실적 개선과 새 대통령 선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호재가 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시장에 대부분 반영돼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지역 수석전략가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리스크가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정권교체 기대가 그동안 주가를 올린 변수였던 만큼 현 상황에 이게 호재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예상했다.
슈로더투신운용의 한국주식 담당인 윤희경 리서치본부장도 "한국의 해운·철강·은행·자동차 등 주요 산업이 기술 변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움직임은 다소 과열된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 및 투명성 개선에 집중하면 기업 이익이나 배당 증가에 따라 증시가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란 기대도 있다.
메다 사만트 피델리티 투자담당 이사는 "한국 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만 새 대통령의 리더십과 여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새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6% 오르며 2296.37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전일 낙폭 이상으로 지수가 오르며 2300 고지를 눈앞에 뒀다.
[최재원 기자 / 홍장원 기자 / 배미정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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