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념·지역구도 표심없었다…탄핵 후폭풍에 보수결집 불발
입력 2017-05-10 16:48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1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대선과 달리 17개 광역단체 어느 곳에서도 2/3 이상의 표를 싹쓸이한 후보가 없었다. 영남은 보수적이고 자유한국당 텃밭이라는 공식, 호남은 진보적이고 더불어민주당 안방이라는 등식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2위인 홍 전 후보를 557만 951표(17.1%) 차이로 제쳤다. 2007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와 격차인 531만표를 뛰어넘는 역대 가장 큰 격차다. 유례없는 조기대선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이 낳은 갖가지 기록들을 살펴봤다.
◆누그러진 이념투표...진보 47.3% vs 범보수 52.7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만들어낸 유례없는 조기대선이었던 탓에 보수표심이 사실상 결집의 동력을 상실하면서 표심의 '황금분할'을 만들어냈다. 범진보진영인 문 대통령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47.3%, 범보수 민심을 대변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합친 득표율은 52.7%로 팽팽했다. 문재인 시대가 열리면서 진보진영의 승리로 평가받지만, 보수와 영남의 패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TK)과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에선 홍 전 후보가 45.4%를 얻어 문 대통령(21.8%)을 2배 넘게 앞섰다. 경북에서도 홍 전 후보(48.6%)와 문 대통령(21.7%)간 격차는 컸다. 경남에선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36.7%에 달해 홍 전 후보(37.2%)와 엇비슷했다. 부산에선 문 대통령(38.7%)이 홍 전 후보(32%)를 눌렀다. 보수진영을 대변해온 자유한국당의 홍 전 후보가 어느 곳에서도 과반 지지율을 얻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경남 거제 출신이란 점도 일부 반영됐지만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불어닥친 영남의 변화는 이번 대선까지 이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의 득표율에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의 안 전 후보의 득표율까지 합하면 홍 전 후보와 큰 차이가 없다. 안 전 후보는 대구(15%), 경북(14.9%), 부산(16.8%), 경남(13.4%)에서 선전을 펼쳤다. '보수의 성지'인 영남이 이처럼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 표를 나눠준 것은 '보수 적자' 찾기에 실패한 탓이 크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가져온 보수층의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보수 대결집 구호가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데다 문재인 대세론이 줄곧 유지되면서 오히려 보수 표심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영남만큼의 호남도 과거 야권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주던 관행에서 벗어났다. 문 대통령은 광주(61.1%), 전남(59.9%), 전북(64.8%)에서 60%를 넘나드는 득표를 거뒀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역시 광주(30.1%), 전남(30.7%), 전북(23.8%)에서 적잖은 표를 끌어모았다. 물론 홍 전 후보는 광주(1.6%), 전남(2.5%), 전북(3.3%)에서 사실상 전멸하며 영남보단 벽이 높은 지역구도를 재확인시켰지만 중도·보수 표심을 업은 안 전 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얻으며 극단적인 '이분법' 표심은 완화됐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이념, 지역대결보다는 오히려 세대대결이 크게 작용한 선거였다"며 "이제 유권자들은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 이념과 지역구도에 기대는 정치에 더이상 표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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