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차인 따라 희비 엇갈리는 건물주
입력 2017-05-09 20:54  | 수정 2017-05-10 01:04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있는 4층 건물은 지난해 여름 은행 지점이 나가면서 1층 일부가 현재까지 공실 상태다. 반면 인근 300m 거리에 위치한 5층 건물엔 편의점이 1층에 들어오며 임대수익률이 개선됐다. '1코노미' '핀테크' 등 시대 변화의 물결에 따라 건물주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을 임차인으로 둔 건물주들은 임대료·건물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여유로운 표정이지만 은행 지점을 임차인으로 둔 건물주는 언제 공실이 생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비시장이 커지면서 1인 경제, 이른바 1코노미를 겨냥한 편의점 수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핀테크의 발전으로 은행을 직접 찾는 손님들이 줄면서 은행들은 지점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편의점 수는 2014년 말 5690개에서 3월 현재 9477개로 66.6% 늘었다.
편의점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혼밥' '혼술'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물주들로서는 편의점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임대료 상승과 건물 가치 상승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유진석 리얼티코리아 대표는 "편의점은 밤에도 영업을 하고 사람이 북적북적해 건물이 살아 있는 느낌"이라며 "이 덕분에 1층 편의점뿐 아니라 2~3층도 임대가 잘돼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지점 수는 같은 기간 5208개에서 3417개로 34.4% 줄었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이 이르면 하반기 내로 영업점 133곳 가운데 101곳을 폐점해 32곳만 남길 예정이다. 건물주들에게 안전한 소득원으로 여겨졌던 은행지점은 지점 폐쇄에 따라 공실이 불가피해 대형 악재가 된 상황이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은행 지점은 오후에 문을 닫아 건물주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공실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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