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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스타 사관학교` RBW, 코스닥 노크
입력 2017-05-09 20:43 
베트남 호찌민시 중심지인 1군 지역에서 남쪽으로 5㎞ 정도 떨어진 7군 지역. 한국인들 사이에선 '베트남의 분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달 말 저녁 7시께 이곳 한 방송스튜디오는 베트남 신인 걸그룹 '립비(RIP B)' 촬영 현장을 보러 온 10대 청소년들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스튜디오를 찾은 두띠뚜옛마이(15)는 "이 스튜디오 방송 촬영 일정은 친구들 사이에서 매일 공유된다"며 "일주일에 세 번은 스튜디오에 스타를 보러 온다"고 말했다.
호찌민 현지에서 한국식 연예기획사를 영위하는 (주)RBW 스튜디오에서는 매일 저녁 이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RBW는 베트남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중 하나다. 베트남 연예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만큼 유명하다. RBW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경영인 김진우 대표이사 사장(40·사진)이 유명 작곡가 김도훈 대표와 함께 설립한 글로벌 아티스트 및 콘텐츠 전문 제작사로 국내에서는 '마마무' '양파' '베이식' 등의 소속 가수들이 있다.
일찌감치 동남아시아시장의 성장성과 가능성에 주목한 김진우 대표는 2013년부터 동남아시장 진출을 노렸다. 그러다 한류 열풍이 거세지기 시작한 베트남에서 기회를 잡아 2015년 현지법인을 세우고 본격 진출했다.
중국시장에 집중한 다른 엔터업체들이 '사드 보복'에 휘청이고 있지만 베트남을 선택한 RBW는 쾌속 질주 중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K팝에 대한 관심도 크다"며 "빠른 경제성장만큼이나 문화산업 성장세도 가팔라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RBW는 작년부터 네이버 영상 콘텐츠 서비스인 '네이버 V 라이브'의 베트남 현지 제1협력사로 선정돼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네이버에 공급하고 있다. 네이버에 콘텐츠를 판매하고 받는 제작비가 주요 매출원이다. 특히 예능쇼 '만나면 대결(갑라찌엔)'은 페이스북 폴로어가 1000만명이 넘는 베트남 인기스타 '커이 미'가 엠시(MC)를 맡을 정도로 유명한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은 네이버 V 라이브 베트남 채널 누적 조회 기준으로 독보적인 1위다.
RBW 베트남은 연예인 양성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수출해 또 다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자사 소속 연예인을 육성하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RBW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K팝' 스타들을 키워내듯 베트남 현지 스타들을 키우는 것이다. 이미 베트남 신인 걸그룹 '라임', 남자 솔로가수 '누푸옥틴', 최정상 여자 솔로가수 '수니하린' 등의 곡 제작은 물론 교육을 맡아 현지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김 대표는 "RBW는 유명 스타의 인기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연예기획사와 다르다"며 "엔터 관련 콘텐츠를 기획, 제작, 수출하는 엔터테인먼트 벤처 업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BW식 연예인 양성 프로그램을 수출해 K팝 제작 시스템을 현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사업에 힘입어 2014년 2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연결기준)을 2015년 52억원, 2016년 110억원으로 키웠다. 올해에는 매출액이 18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RBW 예상이다. 3년 만에 매출이 9배나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현재 RBW는 150억원 규모의 2차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2015년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국외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의 중이다. 투자 유치가 성사되면 올해에 인도네시아와 일본에도 현지법인을 세워 추가 진출할 계획이다.
오는 2019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해 미래에셋대우와 논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이 될 것이고, 일본 법인을 통해서는 마마무 등 RBW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기존의 한류 수출 방식을 넘어 전 세계 각국에 한류가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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