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야속한 바람`이 키운 산불…사흘만에 여의도 절반 사라졌다
입력 2017-05-08 15:46  | 수정 2017-05-15 16:08

화마(火魔)가 사흘째 백두대간을 집어삼켰다. 사흘만에 여의도 넓이(2.9㎢)의 절반 가량이 불에 타 사라졌다. 산림당국은 장비와 인력을 총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사흘째 계속된 강풍에 불길을 잡는데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삼척에서는 산불을 진화하던 산림청 소속 헬기가 비상창륙하는 과정에서 정비사 1명이 숨지고, 산불진화대원이 고사목에 맞아 다치는 등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8일 강원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사흘째 불길이 '진화→ 재발화'를 반복하면서 6일 최초 발화 이후 강릉에서는 52ha, 삼척에서는 100ha의 임야가 소실됐다. 강릉은 시 전체 산림면적(8만2995ha)의 0.06%, 삼척은 시 전체 산림면적(1만4500ha)의 0.09%가 불에 타 사라졌다.
이번 삼척 산불은 2000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역대 32번째, 강릉 산불은 52번째 규모다. 해당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삼척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를 입었으며, 강릉은 지난 3월 옥계산불(75ha)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피해가 컸다.
산림당국은 이날 일출과 동시에 삼척과 강릉지역에 진화헬기 35대, 8400여 명의 지상 진화 인력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헬기로 물을 뿌리고 방어선을 구축해 확산을 막아도 강풍이 틈을 헤집고 들어와 불길을 다시 열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풍이 이번 산불 진화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와 숲이 건조한 상태에서 순간 강풍이 불면서 무서운 속도로 불이 번져 나갔다. 최초 불이 난 지난 6일부터 사흘 연속 강릉지역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0.3m(6일), 14.2m(7일), 15.4m(8일)를, 삼척지역은 21.5m, 12.7m, 9.3m를 기록했다. 봄철 '남고북저' 기압 형성으로 고온 건조한 바람이 동해안쪽으로 부는 '양간 지풍'이 다 잡은 불씨를 되살리곤 했다.
화재 지역은 불에 타기 쉬운 소나무 등 침엽수림 비중이 높고 골짜기 형태의 급경사지가 많다는 점도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인력과 장비를 강릉과 삼척 양쪽으로 분산할 수 밖에 없어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설상가상으로 화재 진압요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46분께 삼척시 도계읍 도계농공단지 인근 하천변에서 산불진화 중이던 산림청 소속 KA-32 카모프 헬기 1대가 비상착륙하다 정비사 조모씨(47)가 숨졌다. 당시 헬기에는 조씨와 조종사 문모씨, 부조종사 박모씨가 타고 있었으며, 조씨는 의식을 잃은 채 구조돼 삼척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1997년 입사해 20년 동안 정비에 매진한 조씨는 일출 직후부터 일몰 전까지 하루 8시간이 넘도록 헬기에 몸을 싣고 산불 진화현장을 누볐다. 전북 익산 항공관리소 소속 헬기는 산불 진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중 고압선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척시 도계읍 눅구리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작업을 하던 영월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진화대원 엄모씨(53)가 고사목(枯死木)에 어깨를 맞아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엄씨는 헬멧 등 안전장구를 착용해 크게 다치지 않았다.
산림당국이 강풍을 등에 엎은 화마와 연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늦게부터 10일 새벽까지 강원도 전역에 5~10mm의 강우가 예상돼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많은 비는 아니지만 작게라도 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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