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개국 재무장관들이 5일 일본 요코하마에 모여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한중일 정책공조 강화'를 한 목소리로 합의했다.
3개국 합의문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G20(주요20개국) 합의문에서 빠진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다시 포함됐다. 북한 리스크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둘러싼 한반도 갈등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중일 3개국 재무장관의 대화채널이 재가동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5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7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의장으로서 주재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유일호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중국에서는 시 야오빈 재무차관과 장 젠신 인민은행 국제협력 부국장이 참석했다.
한중일 3국은 "최근 세계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불확실한 정책 환경 등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며 "특히 무역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 배격은 지난 3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코뮤니케에서 삭제돼 논란이 됐던 문구다. 기재부는 유 부총리가 한중일 3국이 앞으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국제 사회에서 자유무역 정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자는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보호무역주의, 미국 금리인상 등 경제적 변수 외에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유 부총리는 지정학적 긴장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위축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중일 3국이 높은 수준의 정책공조와 경제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내용을 제안해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한중일 3국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높은 수준의 공조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재정·통화 정책, 선제적 구조개혁 등 모든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신흥국들이 제2의 외환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금융협력 강화방안도 논의됐다. 한중일 3국은 지역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너셔티브(CMIM)의 독자적 역량을 제고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인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현재 추진중인 CMIM 협정문 정기점검 작업을 내년 5월까지 차질없이 완료하고, 이를 위해 한중일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CMIM는 홍콩을 포함해 ASEAN+3 회원국 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호자금지원을 위한 지역금융안전망으로 요청국 통화와 지원국 달러를 교환하는 다자간 통화스왑이다.
이날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매년 아세안(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계기로 개최되는 한중일 재무당국·중앙은행간 최상위 협의체다. ASEAN+3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 국가에 한중일 3개국이 포함된다. 이번 한중일 3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기존과 달리 역내 금융협력 이슈에만 한정하지 않고 경제·비경제 이슈를 포괄해 다양한 분야에서 세 나라 간 정책공조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공동선언문에도 이같은 기조가 반영됐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렸다. 유 부총리는 자유무역 촉진을 위한 국제 공조에서 ASEAN+3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하고 IMF와 연계하여 실시될 예정인 CMIM 모의훈련의 내실있는 추진을 강조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6일 제50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과 ADB 거버너총회 세션에 참석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와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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