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섬유는 사양사업? 첨단기술로 세계시장 잡는다
입력 2017-05-05 16:36 

국내 섬유업계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동안 중국, 베트남 등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섬유제품에 밀려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첨단섬유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오히려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래자동차 사업의 핵심인 경량화의 중심에 탄소섬유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로 섬유강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보인다.
5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효성 코오롱 휴비스 등 국내 섬유회사들이 각종 차별된 제품을 내세우며 고부가가치 섬유제품 생산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섬유 수출액은 136억달러로 수입액(146억4000만달러)보다는 조금 적다. 그러나 국내 섬유회사들은 이미 고부가가치 섬유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면서 첨단 소재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단순 무역수지만 따져서는 산업의 성장성을 알수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섬유분야 무역수지는 적자지만 최고급 패션 섬유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기며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효성은 연간 17만5000t 규모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폴리우레탄계 섬유의 일종으로 신축성이 뛰어나 코르셋, 수영복 등에 쓰인다. 효성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1990년대 초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고, 지속적인 투자로 2010년부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스판덱스의 성장률이 7~10%에 달할 정도로 지속가능성이 있는 제품으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전략 생산지인 베트남 공장의 스판덱스 생산량을 올해 3만t 늘려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타이어의 내구성과 안전성, 주행성 등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도 효성의 효자상품이다. 시장점유율은 45% 수준으로 브릿지스톤 미쉐린 콘티넨탈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글로벌 10대 타이어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SK케미칼과 삼양사가 화섬부문을 합쳐 설립한 휴비스 역시 첨단섬유의 강자로 통한다. 대표 상품이 저융점섬유(LMF)다. LMF는 100~200도의 온도에서 녹는 섬유로 자동차 트렁크와 천장 등 내장재, 매트리스와 소파 등 가구는 물론 기저귀와 생리대 등 위생용품의 접착제로 쓰이는 친환경 섬유다. 현재 휴비스는 전 세계 LMF 생산량의 40%(연간 30만t)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업체로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코오롱은 철보다 강한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아라미드는 미래형 첨단소재로 같은 무게의 강철에 비해 강도는 5∼7배에 이르고 섭씨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산업용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2009년 미국 듀폰으로부터 영업비밀 사용중지 소송을 당하면서 6년째 성장이 정체돼왔지만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성장세에 올랐다.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인 탄소섬유도 업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다. 철 무게에 25%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뛰어난 탄소섬유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기술로 손꼽힌다. 효성은 2013년부터 전북 전주에 연산 2000톤 규모의 공장을 건립해 수요처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코오롱 역시 2014년 처음 공개한 자동차용 탄소섬유 복합소재 '컴포지트' 상용화 준비를 마치고 고객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 관계자는 "도레이 같은 일본회사들의 기술력이 아직 더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첨단섬유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시장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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