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전세계의 관심은 유럽을 휠쓸고 있는 포퓰리즘의 광풍이 프랑스에서 '일단 정지'할 지에 쏠리고 있다.
프랑스 정치판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에마뉘엘 마크롱(39)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20% 가량의 격차를 유지하며 극우주의 르펜을 따돌린 것으로 나타나 기대가 큰 상황이다.
7일(현시시간)로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승리한다면 아직 채 마흔이 되지 않은 나이에 '30대 기수론'을 앞세워 프랑스 권력의 최고정점에 올랐다는 그 자체로 큰 의미지만 포퓰리즘의 기세가 꺾인다는 의미가 있다. 서구의 포퓰리즘 열풍은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파 정치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자유당(PVV)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등 최근 그 기세가 약해지는 추세다.
지난 3일 열렸던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후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Fiducial)이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61%의 지지율을 받으며, 39%를 지지율을 기록한 르펜을 월등히 앞섰다. 지난 3일 마크롱과 르펜이 각각 60%와 40%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TV토론을 기점으로 마크롱과 르펜의 지지세는 미약하게나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특히 르펜은 1차 투표 이후 견고하게 여겼던 40%의 지지율마저 내주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BFMTV 방송국과 주간지 렉스프레스가 같은날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은 결선투표에서 62%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르펜의 예상득표율은 38%로 지난 2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결과보다 3% 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이같은 지지율 흐름은 TV토론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압도적으로 앞섰다는 평가와 무관치 않다.
토론이 끝난 뒤 BFM TV와 엘라브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시청자들 약 63%가 마크롱 후보의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월23일 1차 투표에서 극좌 성향 좌파당 후보였던 장 뤽 멜랑숑을 지지했던 이들 중 3분의2가 마크롱 후보의 주장에 더 호감을 느꼈다. 보수 성향 후보였던 프랑수아 피용을 지지했던 이들도 절반 넘게 마크롱의 토론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
마크롱과 르펜 두 후보는 지난 TV토론에서 거친 표현을 써가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붙었다. 르펜은 마크롱에 대해 바하마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거칠게 몰아부쳤고, 마크롱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며 맞대응을 했다.
마크롱은 5일 프랑스앵테르 라디오에 출연해 양자토론이 서로간의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난무했다는 평가에 대해 "전투에 나가는데 스스로 좀 더럽혀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캠프는 르펜에 대한 법적 대응에도 돌입했다. 마크롱이 바하마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다는 루머 유포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르펜도 "마크롱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르펜은 또 이날 지방 유세에 나서 마크롱을 '야만적인 세계화론자'라고 공격하고 자신이 진정한 노동자·서민의 대변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르펜은 이날 BFM TV에 출연해 마크롱의 해외비밀계좌 보유 폭로와 관련해 "(정식으로 제기한 것은)아니다"면서 "질문을 한 것뿐이다. 내게 증거가 있었다면 어제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대부분 양 후보의 마지막 TV토론에 대해 "토론이라기보다 난투극에 가까웠다"고 꼬집었다.
르피가로는 사설에서 "전례가 없이 폭력적이며 품위를 잃은 토론이었다. 난투극을 토론이라고 칭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르몽드도 사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적이었고 잔인했다"면서 특히 "극우세력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토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마크롱에 대한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측이 공개한 영상에서 오바마는 마크롱의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높이 평가하고 "그가 프랑스의 유럽과 세계에서의 역할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에서 중도좌파 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이기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문수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