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강화나선 삼성證, IPO 실적 10배 늘린다

"회사 상장 후 주가 관리나 자산 관리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택하게 돼 있다."
올해 들어 삼성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증권의 작년 IPO 실적은 5건, 공모금액 기준으로도 3606억원에 불과해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 가운데 꼴찌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1분기에만 12개 비상장 기업과 IPO 주관 계약을 따내는 등 1년도 채 안 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 IPO 실적 목표는 작년의 10배, 이대로라면 IPO 시장에서 1·2위도 넘볼 기세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3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IPO 업무에 소극적이었으나 올해는 자본금 4조원 이상 초대형 IB 업무에 뛰어든 만큼 IPO 시장에서도자산관리와의 시너지를 발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목표를 채우기 위해 윤 사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영업에 나섰을 정도다.
그는 최근 중견기업 오너들을 직접 만나 IPO에 대한 궁금증을 한 번에 해소시켜주는 데 재미를 붙였다. 중견기업 오너들은 회사를 상장시킨다고 하면 우선 상장 전 기업 재무 관리부터 상속·증여·상장 이후 자산 관리까지 각종 질문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윤 사장은 IPO 업무를 담당하는 IB본부뿐만 아니라 세무·법무·부동산 전문가들을 한꺼번에 대동하고 다니면서 주관 업무뿐만 아니라 리테일 업무까지 모든 질문을 한자리에서 시원하게 풀어준다. 이렇게 한 번 오너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해소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IPO 업무가 성사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올 들어 삼성증권이 주관사 계약을 따낸 자동차부품·바이오업체도 모두 윤 사장의 이런 영업 비법 덕분이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IPO 시장에서 숨은 강자 노릇을 해왔다. 삼성증권과 주관 계약을 맺고 상장한 회사들은 청약경쟁률이 월등히 높은 데다 국내외 장기 투자자들의 투자가 많아 상장 후 주가 변동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장사 입장에서는 주관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예로 들면 당시 국내 증권사 중에는 삼성증권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총 6개 증권사가 주관 업무를 담당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동시에 참여한 이 딜에서 삼성증권 청약경쟁률이 55대1로 가장 높았던 것. 당시 6개사의 청약경쟁률 평균은 45.3대1에 그쳤다.
삼성증권 청약경쟁률이 높은 까닭은 거액자산가나 기관들의 고객 기반이 월등히 좋은 덕분이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예탁자산은 238조원으로, 300조원대 예탁자산을 갖춘 4대 은행에 견줄 만하다. 초대형 IB들도 예탁자산 규모가 1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삼성증권은 예탁자산이 많은 만큼 청약대기자금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해외 기관 영업 기반이 강한 삼성증권을 통하면 국내 기업이 IPO할 때도 해외 기관에 물량을 30~40%가량 배정해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통상 국내 기업 IPO 시 해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평균 10~15%대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증권은 업계 평균의 2~3배 이상을 해외 장기 기관투자가들에 배정해줄 수 있다.
오는 11일 상장 예정인 ING생명도 마찬가지다. ING생명은 상장 초기 보험업종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해외에서 기관 배정 물량 6000억원에 대한 초과청약(오버부킹)이 이뤄졌다. 심지어 일반 투자자 청약 물량도 기관에 나눠줬을 정도로 기관 청약이 몰렸다.
이렇게 국내외 기관에 주식 판매가 잘되다 보니 삼성증권이 주관한 공모건은 상장 후에도 단기간 가격 변동이 적은 게 특징이다. 기관 배정이 많으면 그만큼 장기 투자 성향을 띠기 때문에 상장 이후 주가 급등락 등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 기업 중 상장 이후 한 달간 주가가 급변동(±20%)한 기업을 꼽아보니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상장한 회사들은 25%만이 변동이 있었다. 반면 다른 대형사들은 10곳 중 4곳 이상 주가가 급변동한 기업도 나타났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