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퇴직연금 덩치 커졌는데 수익률은 고작 1%
입력 2017-05-03 17:28  | 수정 2017-05-03 20:04
퇴직연금이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만에 150조원 가까이 쌓였지만 저금리 기조 탓에 연수익률은 1%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47조원으로 전년 말 126조4000억원보다 20조6000억원(16.3%) 큰 폭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58%로 물가상승률(1%)을 겨우 넘어선 수준에 그쳤다. 전년 수익률(2.15%) 대비 0.5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해마다 큰 폭 늘어나 몸집이 커지면서 발 빠른 자산운용이 어려워진 데다 지난해 내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회사가 직원들의 퇴직 적립금을 책임지고 운영해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DB)형 수익률은 지난해 1.68%를 기록하며 퇴직연금 전체 평균(1.58%)보다 높았다. 반면 근로자가 적립금 운용 책임을 지고 운용 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변동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수익률(각각 1.45%)은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 또는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쌓아두고 계속 운용해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적립금 운용 형태로 나눠 보면 원리금 보장상품의 지난해 연수익률은 1.72%로 시중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 1.63%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같은 기간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0.13%를 기록해 원금 손실을 보는 등 1년 전 수익률보다 2.31%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지난해 투자 운용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장기간 운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에 맞춰 5년·8년치로 따져본 퇴직연금 장기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2.83%와 3.68%에 달했다. 같은 기간 DB형 수익률은 각각 2.77%, 3.55%였는데 DC형과 기업형 IRP는 5년 수익률이 3.06%, 8년 수익률은 4.04%였다.
퇴직급여 유형별로 적립금을 따져보니 DB형이 지난해보다 15.4% 늘어난 99조6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67.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DC형은 20.3% 증가한 34조2000억원, 개인형 IRP는 14.1% 뛴 12조4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중요한 퇴직연금 특성상 전체 적립금 중 89%인 130조9000억원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됐다. 실적배당형은 102조원으로 6.8%에 그쳤다. 원리금 보장 상품의 47.7%는 예·적금에 투자됐다. 42.9%는 보험, 7.9%는 원리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B) 순이었다. 실적배당형에 투자된 퇴직연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집합투자증권(94.7%)이다. 이 가운데 84.7%는 채권형·채권혼합형 펀드, 8.1%는 주식형 펀드에 투입됐다. 금융권역별로 보면 은행권에 쌓인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체의 49.8%인 73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생명보험이 36조원으로 24.5%, 금융투자와 손해보험이 26조6000억원과 9조9000억원으로 각각 18.1%, 6.8%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퇴직급여를 받기 시작한 은퇴자 대부분은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작년 한 해 동안 퇴직급여 수령이 개시된 만 55세 이상 계좌 24만718좌 가운데 연금 수령을 선택한 계좌는 3766좌로 1.6%에 불과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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