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새 대통령이 넘을 3대 허들은 `인사·소통·개헌`
입력 2017-05-03 16:27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후보자 문턱을 못넘고 낙마한 국무총리, 장차관 등은 무려 11명. '수첩인사', '오기인사', '깜깜이 인사',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등 온갖 꼬리표를 달고 다닐만큼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총체적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인사실패로 야당과 파열음은 커져갔고 국정운영은 삐걱거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역대 정권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새 정부가 첫번째 꿰야할 단추는 '인사'다. 또 모든 후보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 개헌 국면을 국론 분열 없이 돌파하는 것도 우선 과제다. 30년만에 7공화국 탄생이 가시화되는 만큼 민감한 권력구조 개편이란 이슈를 파열음 없이 끌고가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에 대한 반감으로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또하나의 리더십은 '소통의 리더십'이다. 이처럼 새 정부가 임기 5년간 흔들리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선 인사, 개헌, 소통이라는 3대 '허들'을 넘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정치·경제·사회 등 각계 오피니언리더 2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 정부의 인사 시스템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과도한 인사권을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응답자 10명중 4명에 가까운 37.2%가 '정부 및 공공기관장에 인사권 대폭 이양'을 꼽았다. 현재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임명직은 무려 3000여개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총리, 장관 등은 물론 3급 이상 일반직, 군·검·경·국정원 고위직,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 공공기관 임원 등이 모두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을 받기 때문이다. 장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고 일선 공공기관장은 해당 부처 장관의 추천을 받아 임명되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모두 대통령이 움켜쥐고 있는게 현실이다. 아예 '대통령 임명직 축소(8.5%)'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도 그때문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개혁(26%)'과 '독립 인사검증위 설치(22.5%)'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때처럼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을 양축으로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를 가동했다. 인사혁신처까지 신설했다. 하지만 인사참사는 끊이질 않았다. 인사 추천과 검증은 요식행위였고 몇몇 정권 실세가 모든 인사를 좌지우지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내 대통령인사실(OPP)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고위직 행정관료에 대한 검증작업을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이같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권마다 반복돼온 인사 난맥상을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직자 인사추천 실명제(문재인), 장관급 이상 국회 임명 동의(안철수), 장관의 인사권 보장(홍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인사시스템을 수술하는 제도 개편과 함께 '탕평인사'도 놓쳐선 안될 인사개혁 방안이다.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반대세력을 탄압하면 결국 역대 정권들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된다"며 "탕평 인사를 통한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배학 가천대 교수도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임명시 정권의 나눠먹기가 돼선 안된다"며 "정치색을 불문하고 능력에 따른 인사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 개정은 새 정부가 넘어야할 또다른 산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작업이 순조롭게 완료되려면 새 정부 출범 1년안에 개헌 방향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완결돼야 한다. 내년 국민투표 이전에 국민여론에 대한 정지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0명중 7명에 가까운 67.1%가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택했다.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란 판단에 따라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절충안이다.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하자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쏠린 권력을 총리와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21.7%)'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년 중임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새로운 권력구조로 제시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4년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혼합한 방식을 제안했다.
새 대통령에게 원하는 리더십 중 하나로 '소통의 리더십'이 포함된 것은 역대 최악의 '불통' 대통령으로 남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작용이다.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비선실세'에 기댄 박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8년간 한달 평균 1.72회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과 소통했다. 매주 1회 비디오연설과 지역방문 타운홀 미팅까지 포함하면 1주일에 한번 꼴로 국민과 소통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1년에 한 번 기자회견에 나섰을 뿐이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