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 9개社 사상 최다
입력 2017-05-02 17:53  | 수정 2017-05-02 20:09
비주력 사업 성장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과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에 화학 사업 이익이 주력 사업인 석유 사업 부문을 뛰어넘었고 은행업 위주의 신한지주는 증권·카드업과 같은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기여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올 1분기 기준 48%에 달했다. 주력 사업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이 두 종목의 주가는 올해 들어 52주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2일까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신한지주,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까지 7곳으로 나타났다. 7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18조3109억원으로 작년 1분기(10조7796억원)보다 무려 70% 급증했다.
이 같은 '1조 클럽'은 작년 1분기에 삼성전자, 한국전력, SK, 현대차 등 4곳뿐이었다. 한국전력과 SK는 이날까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1분기에 7곳의 '1조 클럽'이 탄생했는데 한전과 SK까지 감안하면 9곳으로 분기 기준 가장 많은 기업이 1조원의 벽을 넘을 것"이라며 "1분기가 실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예고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2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사업이 성장해 비수기임에도 1조 클럽에 재가입했다. 1분기 기준으로 1조원을 넘긴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6년 만이다. 2011년 이후 꾸준히 화학·윤활유 사업에 투자한 게 결국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5년간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1조6000억원)와 중국 중한석화(1조2000억원), 울산 아로마틱스(4800억원)에 5조원 가까운 투자를 집중했다. 특히 PX로 대표되는 화학 사업은 올 1분기에 영업이익 4547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PX는 화학섬유나 페트(PET)병 원료다. 이 같은 지난 1분기 화학 사업 분야 이익은 분기 사상 최고치로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3%까지 상승했다. 작년 1분기 기준 기여도는 26.6%였다.
여기에 윤활유 사업도 지난 1분기에 949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주요 사업으로 떠올랐다. 윤활유와 석유화학 사업을 포함한 비정유 부문은 올 1분기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하며 석유 사업 의존에서 탈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올해도 비정유 부문을 키우기 위해 최대 3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화학 사업 영업이익률은 19%로 석유 사업(5%)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실적 감소에도 화학 사업이 이익을 견인하며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며 "투자에 따른 사업 다각화 성공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신한지주 역시 비주력 사업에서 전체 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영업이익 1조2982억원, 순이익 997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사는 순이익으로 사업 성적을 평가하는데 신한지주의 1조원에 가까운 1분기 순이익은 2001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다.
이 같은 이익은 지주의 맏형 신한은행의 실적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은 것이다.
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5235억원으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1900억원의 법인세 수익(이연법인세 자산)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사업 분야의 이익이 늘어났다. 신한카드의 순이익이 41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0%나 늘어났다. 카드사의 회계처리 방식이 바뀌면서 약 3600억원의 일회성 대손충당금이 환입됐고, 카드 영업도 호조를 띠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미래에 발생할 부실에 대비해 적립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업도 이익이 급증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시장거래대금 감소로 위탁수수료 수익은 감소했지만 수익증권과 같은 금융상품 판매 호조와 자기매매 부문 채권 운용 수익 증가로 이익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카드·증권업으로 대표되는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작년 1분기 29.5%에서 올 1분기 48.2%까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환경에 상관없이 꾸준한 이익을 내는 신한지주에 대해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닮은꼴 두 종목의 주가는 순항 중이다. 지난달 27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7만4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1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도 6.1% 올랐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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