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첫 공판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이날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이달 23일 본격 재판이 열리면 구속된지 53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불구속기소)의 1회 공판준비기일에는 검찰과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향후 절차를 논의했다.
우선 이 사건 주임검사인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47·사법연수원28기)가 박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한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 박근혜가 최씨와 공모해 삼성, 롯데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대 뇌물을 받는 등 18개 범죄사실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24기)는 "사건기록이 방대해 아직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 공소장에는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이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두려워했다는 내용(직권남용·강요)과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경영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는 내용(뇌물)이 각각 기재돼있다"며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지원 동기를 이처럼 모순되게 적은 것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삼성, 롯데 지원과 관련해 직권남용·강요와 뇌물 혐의를 중복 적용한 것은 재판 내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공범인 최씨 측은 "두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제 출연 피해자이자 뇌물공여자로 기소된 신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은 올해 3월 직권남용과 뇌물 혐의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으로 본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어떤 이유로 이번 사안이 '실체적 경합(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인지 의견서를 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을 마치고 15·16일 중 본격 재판을 시작하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 측 반대로 3주 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가 10월 중순까지여서 재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1일 새벽 구속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이달 23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서는 것은 22년 만이다. 그는 이 곳에서 '40년 지기' 최씨와 마주한다. 최씨 측은 "'SK 뇌물' 관련 혐의를 제외하곤 박 전 대통령과 따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일주일에 3번 재판을 받는다. 월·화요일에는 이미 진행 중인 최씨의 '삼성 뇌물' 관련 재판을 함께 받는다. 다른 한번은 최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공범으로 선다. 재판부는 "종국적으로 최씨,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의 '국정농단' 재판에 사건을 병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혐의가 적은 신 회장에 대해선 23일 이후부터 재판을 분리해 진행할 계획이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에 대한 뇌물공여 10회 공판에서는 첫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최준상 선수(39)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41)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 씨는 삼성의 승마지원과 관련해 최씨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간에 다소 입장차가 존재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정상적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그에 따른 시설이나 트레이너를 구하려 했지만 최 씨가 막았다는 게 노 씨 증언이다. 그는 "박 전 전무가 선수들을 알아보고 다닌다고 최 씨에게 보고하니 '누구 때문에 생긴 계약인데 어디서 설치고 다니냐, 꼴깝 떤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전무가 여러 선수를 선발하려 했던 배경도 "정 씨 혼자 지원받게 되면 문제가 커지니 다른 선수들을 뽑아서 들러리 세워야 한다는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최 선수는 "2013~2014년 정도에는 승마업계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정 씨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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