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발 FTA 격변 우려, 트럼프 "모든 무역협정 점검" 행정명령
입력 2017-04-30 17:0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점검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인 4월 29일(현지시간)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로 하여금 미국이 맺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전면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와 USTR은 앞으로 180일 내에 미국 내 일자리 감소와 무역적자 심화를 초래한 무역협정들을 추려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해야 한다.
조사 대상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포함돼 있어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한·미 FTA 재협상의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무역협정 하에서 규정 위반이나 남용 사례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행정명령"이라고 설명했다.
로스 장관은 특히 "세계무역기구(WTO)가 관료주의적이며 구조적으로 수출국의 편의를 봐주는데 치우쳐져 있다"고 지적하고 "WTO 조항은 항상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세계 제1의 수입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무역협정 조사 보고서는 당장 북미자유협정(NAFTA) 재협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을 거론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NAFTA에 대해서도 "즉각 폐기하는 대신 협상할 것을 요청하는 멕시코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의 전화를 받았다"며"우리가 모두를 위해 공정한 협정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그때 가서 NAFTA를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3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잠재적 참사'로 규정하며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무역협정 재협상이나 일방적 종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AFTA의 경우 멕시코 뿐만 아니라 미국의 최대 우방인 캐나다에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캐나다산 목재 관세 부과에 맞서 캐나다는 미국산 치즈에 관세를 매기며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캐나다와의 무역적자를 지적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미국 정부 조달 시장에 캐나다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재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 FTA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증가했고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블루베리 등 미국산 농산물의 한국 수입이 급증한 것과 서비스 수지가 미국에 유리한 점 등을 감안하면 재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특히 지난 해 미국 무역위원회 보고서에는 더 늘어났을 수 있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미 FTA로 인해 현 수준으로 제한된 것으로 적시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무역협정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은 향후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NAFTA에 대해서도 당장 폐기할 것처럼 발언했다가 재협상으로 크게 한발 물러선 상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