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통영·거제, 조선소 수주 급감에 체감경기 `최악`
입력 2017-04-30 16:12 

조선·해양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통영과 거제 일대에선 "강아지도 만원짜릴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오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찾은 통영과 거제 일대는 대낮에도 행인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자재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던 도로도 한산했다. 거제에서 만난 한 주민은 "조선소 부근 체감경기는 실제론 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나쁘다"고 한숨을 쉬었다.
통영과 거제에 공장을 보유한 청암산업은 조선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받은 곳 가운데 하나다. 선박·플랜트에 쓰이는 기자재 절단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의 생산량은 수백톤으로 줄었다. 각종 장비와 크레인 등을 50기 가까이 보유해 월 최대 생산량이 5000톤이지만 일감이 10분의 1도 안된다는 얘기다. 공장가동률이 절반은 커녕 20%에도 못미치는 곳이 수두룩한 실정이란 게 조선산업 현주소를 보여준다.
28일 오후 대우조선해양이 17분기만에 영업흑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청암산업 관계자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청암산업 한 직원은 "대우조선이 기록한 1분기 흑자는 인력과 설비를 줄여서 얻은 불황형 흑자"라며 "다른 조선업체도 협력사 6곳 가운데 4곳과 거래를 끊었다"며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 위험도를 낮추고 작업 정밀도를 높이려 조선 호황의 끝자락인 지난 2013년 10억 여원 설비투자를 했던 청암산업은 2015년 경기하락세로 새 설비를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호황기엔 가공을 마친 제품이 1000톤씩 쌓였지만 지금은 150톤에 불과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뒤 청암산업은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49명이던 고용인력은 올 5월엔 20명 아래로 줄어든다. 정연면 청암산업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가량 줄었고 올해엔 얼마가 될지 예상조차 어렵다"며 고개를 떨궜다.
악화된 환경에서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거제에 본사를 둔 칸정공도 수주물량 감소로 휘청이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체 도장 능력을 갖추고 알루미늄 가공력을 키워 수주 감소에 대처하며 돌파에 나선 게 두드러진다. 박기태 칸정공 대표는 "알루미늄과 코팅제의 녹는 점은 400℃ 차이가 나 가공 노하우가 필수"라며 "독특한 가공능력을 갖춘 칸정공엔 기회를 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칸정공은 알루미늄 가공 능력을 토대로 스마트 가로등 사업과 산책로용 구조물 사업에 새로 진출했다. 스마트 가로등은 외국 시장을 타깃으로 제작해 초속 60m에 이르는 강풍에도 견디도록 디자인했다. 태양열 전지로 작동하며 내장 센서가 자체적으로 고장을 점검하는 기능도 갖췄다. 산책로용 구조물은 기존 방부목 구조물이 갖는 내구력 약점을 극복하도록 고안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은 여전히 힘들다. 시중 은행들이 조선업계 불황을 이유로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바꿔서다. 박기태 대표는 "조선산업 종사자란 것 때문에 주홍글씨를 찍으면 버텨내기 어렵다"며 "불황을 고려해 보험료 납부유예 등 추가지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영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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