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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이제 4승’ 뒷걸음질 중인 사자군단
입력 2017-04-30 06:22  | 수정 2017-04-30 07:51
삼성라이온즈는 29일 현재 패배가 가장 많고 승리가 가장 적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악은 피했다. 삼성은 지난 29일 SK와 홈런 6개를 주고받은 끝에 시즌 4승째를 거뒀다. 11경기 만이다. 월간 최다 패배(20) 타이 기록을 세울 일은 없게 됐다.
그럼에도 2017년 4월은 삼성에게 창단 이래 최악의 한 달이다. 졌고 또 졌다. 패배가 일상이다. 4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19패를 기록했다. 25경기 만이다.
10개 팀 중 나 홀로 한 자릿수 승리다. 이 페이스라면 10승 고지를 밟기 전 30패, 40패를 더 빨리 할 수도 있다. 30일 현재 삼성의 승률은 0.174다. 역대 최저 승률의 1982년 삼미(0.186)보다 낮다. 2002년 롯데 이후 15년 만에 2할대 승률 이하 팀(통산 4팀)이 나올 지도 모른다.
1년 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화도 6번은 이겼다(17패). 현재 삼성의 행보는 2015년 KBO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던 kt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당시 kt는 4월까지 22패를 기록했다. 그래도 ‘연속 승리라도 경험했다. 삼성은 ‘연속 무패만 있다.

마라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다.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4월 최악의 팀이었던 한화는 5월 이후 60승(3무 58패)을 거두며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5년 4월까지 승률 0.120의 kt도 5월 이후에는 0.415(49승 1무 69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만큼 사자군단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과거의 영광은 잊혀졌다. 2017년 4월 최하위 팀이다. 어쩌면 꼴찌의 역사를 새로 쓸 지도 모른다. 그만큼 심각하다. ‘차차 좋아질 거야라는 희망을 품겠지만 ‘정말 괜찮아질까라는 의문과 절망도 갖고 있다.

◆‘되는 야구가 안 됐다
꼴지를 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명확하다. 남들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kt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하위는 한화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시즌 동안 5차례나 꼴찌였다. 2011년만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최하위 넥센 바로 위에 위치했다. 선발진은 약했고 타선은 무게감이 떨어졌다. 어느 하나 장점이 없었다. 현재의 삼성이 딱 그렇다.
삼성은 투-타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타율(0.258) 9위-평균자책점(5.59)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타율도 지난주까지는 가장 낮았다. 그나마 난타를 벌이면서 회복세지만, 그래도 리그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각종 공격 지표는 하위권이다. 득점 8위-안타 7위-타점 9위-희생타 10위-볼넷 6위-삼진 3위-병살타 4위-장타율 7위-출루율 9위-득점권 타율 9위-득점권 타율 10위. 홈런만 3위에 올라있다.
도루왕 박해민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루는 12개로 공동 7위다. 도루성공률이 63.2%(7위)에 그치며 주루사도 11번(1위)이나 된다.
삼성은 경기당 평균 4.2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 26득점을 하면서 0.7점을 끌어올렸다. 1경기에 16점을 뽑기도 했지만 3득점 이하가 14번이었다. 무득점이 5번으로 10개 팀 중 가장 많다.
초반만 해도 침체된 타선은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마운드는 점차 안정세를 보이는데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운드까지 붕괴됐다. 삼성은 지난 22일 대구 NC전 이후 7경기에서 66실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최소 실점이 5점이었으며, 두 자릿수 실점이 3번이었다.
삼성은 평균자책점이 유일하게 5점대다. 세이브는 2개다.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과 지난 29일 대구 SK전으로 삼성의 가장 최근 승리 2번이기도 하다.
홀드도 3개로 한화(1개) 다음으로 적다. 실점 1위-자책점 1위-WHIP 1위-피안타 2위-피홈런 4위-볼넷 1위-사구 2위-탈삼진 6위 등 좋은 기록이 없다.
이기는 게 익숙했던 팀은 이제 지는 게 익숙하다. 7연패 기록을 보름 만에 깼다. 지난해 3연승에서 번번이 끊겼으나 올해는 2연승도 고난이도가 됐다. 자연스레 패배 의식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 ‘강하다고 스스로 못 느끼고 있다.
‘약속의 8회는 한 번 있을까 말까가 됐다. 정병곤의 8회 2사 만루 적시타가 터졌던 13일 대구 한화전은 유일한 역전승이기도 하다.
반면, 역전패는 수두룩하다. 뒤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라졌다. 선제 실점으로 끌려가면 ‘오늘도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선수단 뿐 아니라 삼성 팬까지도.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라며 자조적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앞으로는 저렇게 웃는 날이 많아질까.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안 되는 야구만 보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삼성은 순위표 맨 위에 있었다.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더니 기세를 이어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저 순위인 9위에 머물렀던 지난해에도 이렇게까지 초반 성적이 좋지 않지는 않았다.
삼성은 최근 최하위의 전철을 밟고 있다. ‘절대 아니다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비슷한 점이 많은 편이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되는 게 없다.
기본적으로 선발야구가 안 된다. 삼성은 레나도가 이탈한 데다 윤성환, 장원삼이 부진하다. 그나마 버텨주던 윤성환은 최근 3경기 중 2차례 6실점을 했다. 장원삼은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최충연, 최지광 등 젊은 투수가 자리를 메우는 중이나 아직까지는 프로의 벽을 실감하는 중이다.
김헌곤은 타율 0.341(팀 내 규정타석 기준 1위) 3홈런(2위) 18타점(1위)으로 타선의 활력소가 됐다. 새 얼굴의 등장도 중요하나 그 동안 잘 해줬던 이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그렇지 않았다. 100번 이상 타석에 선 이승엽, 구자욱, 박해민은 타율이 2할 중반이다. 박한이는 안타 1개도 치지 못하며 8일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외국인선수의 부진은 꼴찌의 공통분모다. 불운의 아이콘이 된 페트릭은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평균자책점은 3.29로 그나마 제몫을 해주고 있다. 페트릭은 꾸준하게 1군 엔트리에 있지만, 지난해부터 삼성의 외국인선수를 구경하는 일은 참 어렵다. 레나도는 5월 중순에야 복귀가 가능하고 러프는 부진으로 2군에 가있다.
1군 엔트리 변동이 많다는 점은 결코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주요 선수가 부상 회복 등으로 가세하는 부분도 있으나 그 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불안정성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당초 계획보다 부진이 심하고 변수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삼성은 29일 현재 17명이 등록되고 17명이 말소됐다. 특히 최근 들어 거의 매일 변동되고 있다. 이번 주간 1군 엔트리가 고정됐던 날은 27일 밖에 없다.
분위기 쇄신이라는 이유로 코치진이 일부 바뀌기도 한다. 삼성은 이미 강봉규, 김종훈, 박진만 등 2군 코칭스태프가 1군으로 이동했다.
강팀이 약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급격한 전력 약화다. 몇 년 사이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재정비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화는 송진우, 정민철, 이범호, 김태균 등이 떠난 뒤 그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지 못했다. 2011년 최하위 넥센 또한 장원삼, 이택근 등 주요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인은 없었고 ‘아웃만 있었다. 중심을 잡아줄 선수라고는 강정호 밖에 없었다.
삼성도 이탈자가 많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FA 자격을 취득한 이들 중 장원삼, 박한이, 윤성환, 조동찬, 안지만, 이승엽 등 6명만 잔류했다. 재계약률이 50%에 그쳤다.
2015년 겨울 박석민을 놓쳤던 삼성은 교훈을 잊지 않겠다며 ‘실탄을 준비했지만 차우찬과 최형우를 붙잡는데 실패했다.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던 오승환은 해외로 진출했고, 임창용과 안지만도 불명예스럽게 퇴출됐다.
한 야구 관계자는 삼성은 각 포지션 별로 정말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고르게 포진됐다. 그런데 중심축이었던 이들이 하나둘 떠났다. 타격은 점점 커졌고 그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트레이드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채태인과 김대우를 맞바꾼 정도다. 암울한 현실은 트레이드를 선뜻하기 어렵다는 것. 상대를 매혹시킬 ‘매물을 줘야 하나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얇은 선수층을 다시 두껍게 하려는 와중에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기 어렵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김한수 감독을 선임하면서 육성과 리빌딩을 강조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가 없다. 장기적인 계획과 체계적인 관리, 대대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제부터 기조를 바꾸겠다는 인식부터 잘못됐다. 육성 및 세대교체는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라고 삼성은 그 동안 대비를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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