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27일 뉴스초점-나이 따지는 대한민국
입력 2017-04-27 20:37  | 수정 2017-04-27 20:42
장유유서(長幼有序)

유교의 도덕사상 중 하나로 어른과 아이 사이, 그러니까 나이에 따라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말이죠. 동양, 그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에 과하게 남아 있는 문화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도 이런 문화의 깊은 뿌리를 알 수 있는 장면이 있었죠.

문재인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이보세요. 제가 그 조사 때 입회했던 변호사입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아니, 말씀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해요. '이보세요'라니…."

토론이 끝난 뒤에도 '누구의 나이가 더 많다', '호적신고가 늦어져서 그렇다' 등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졌죠.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이를 따질까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나이가 어떻게 되죠?' 부터 확인하고, 싸움이 났다하면 '너 몇 살이야?'란 말이 단골 메뉴죠.

나이와 관련된 한국만의 색다른 모습은 또 있습니다.

나이는 많은데 입사가 늦은 후배와 선배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운. 이해득실에 따라 자기 나이를 띠로 표현해 많은 나이쪽에 붙기도 하고, 호적신고를 이유로 적은 나이 쪽에 붙기도 하는 모습들.

'장유유서'는 분명 어른을 존대하고 위하는 우리의 좋은 문화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자 머리를 맞댈 때 '내 나이가' '당신 나이가'로 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으로 따진 결과가 갈등과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진짜 존경과 예의 기준은 수치적인 나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품성·합리성 그리고 어떤 일을 다루는 진중함에서 우러나와야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선 후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돼 이 나라를 나이로 통치를 할 게 아니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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