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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미래에셋대우, 한국형 `머천트은행` 도전
입력 2017-04-27 17:47  | 수정 2017-04-27 20:17
◆ 한국판 골드만삭스 꿈군다 / ① 채병권 초대형IB추진단장 ◆
# 글로벌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가장 핵심 부문으로 꼽히는 곳은 자기자본 투자를 담당하는 머천트은행 부문(MBD·Merchant Banking Division)이다. 골드만삭스 MBD는 지난 30년간 1500억달러(약 175조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전 세계 기업,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해왔다. 한국에서는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 운영 기업 '우아한형제들', 화장품 기업 AHC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MBD는 양질의 자산에 투자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투자은행의 가장 진보한 형태로 일컬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이 같은 머천트은행에 도전하는 사례가 나올 예정이다. 정부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대상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법제화하기 때문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올 날도 머지않은 모습이다.
"초대형 IB가 최종적으로 진화해 나갈 큰 그림으로 골드만삭스의 머천트은행 부문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꼽고 있다. 아직까지 노하우나 역량이 축적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고도의 전문성을 갖출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자기자본 6조7000억원으로 국내 1위인 미래에셋대우에서 초대형 IB 관련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채병권 초대형IB추진단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 레이더M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초대형 IB 육성 방안의 핵심 골자는 증권사의 자금 조달 허용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국내 증권사는 자기자본 2배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기업금융에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가 기업금융에 쓸 수 있는 가용자본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올해 하반기 13조4000억원이 늘어난다.
이처럼 자본 활용폭이 대폭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대우는 당분간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자'는 계획이다. 채 단장은 "조달 자금이 1년 이내 단기 자금이다 보니 유동성 비율 등 리스크 관리 규제를 준수해 나가며 자산 규모를 차츰 늘려 나가야 위험이 작다"며 "기업대출 등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리스크가 작은 기업금융을 먼저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기업금융 같은 자산을 크게 늘릴 경우 부실 위험이 높다. 길게 보고 차근차근히 자산을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체력이 갖춰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기업대출 등 자산에서 나온 수익을 밑천 삼아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산 규모가 늘어날 경우 위험자산 분모가 커지며 자산가격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다"며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실물자산 등 대체투자 자산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기업금융 가능 자본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고객들은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채 단장은 "기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은 단순히 기업 신용등급 등의 요인에 따라 획일적인 잣대로 제공돼 왔다"며 "초대형 IB 도입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성장성이나 사업성이 있다면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증권사들은 단순 기업금융을 제공하는 데 그쳐왔다. 그러나 초대형 IB 증권사들은 기업금융 제공 과정에서 단순 기업대출은 물론 기업증권 인수 후 펀드 편입 업무가 가능해질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까지 가능해진다. 기업의 자금 조달 카드가 다변화하는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그룹 차원에서 네이버, 셀트리온, GS리테일 등과 손잡고 '신성장동력 펀드'를 조성해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게 될 경우 기업고객에 대한 서비스뿐 아니라 수신 고객에 대한 서비스까지 추가할 수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고객 자금을 유치해 기업금융에 활용 가능하다.
채 단장은 "IMA는 원금 보장과 실적 배당이라는 특성을 겸비하고 있어 저금리에 지친 예금 고객에게 안전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A가 가능해지면 저금리에 목마른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서 이를 기업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모험자본으로 연결해 자본의 효율성이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서 해당 지분을 처분할 경우 자기자본이 9조2000억원으로 도약할 수 있어 IMA 도입 가능 '0순위' 증권사로 꼽히고 있다.
■ <용어 설명>
▷ 머천트 은행(Merchant Banking) :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금융사가 사모 방식 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은행 업무를 뜻한다. 과거 상인(Merchant)에게 예금 수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금융 업무를 제공하던 종합금융회사에서 비롯된 용어다.
▷ 종합투자계좌(IMA·Investment Management Account) :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다. 증권사가 원금 보장 의무를 가진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만 허용된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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