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 초강력 주주환원책에 `시총 300조원` 새 역사
입력 2017-04-27 17:24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은 지주사 전환 포기 이슈를 누를 만큼 강력했다.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43% 오른 주당 219만2000원에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또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00조원 고지를 넘었다.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 206조원보다 50% 이상 많은 셈이다. 한국 코스피 상장사가 한번도 가지 못한 전인미답의 영역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삼성전자 주가에 악재와 호재가 엇갈린 하루였다. 개장 직전 '지주사 전환 포기'소식이 알려지자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장초반 2% 넘는 하락세로 주가가 출발했다. 4거래일 연속 오르던 주가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 발표가 이어지자마자 주가는 곧바로 반전했다. 실망매물을 모두 거둬들이고 추가로 주가를 상승시킬 만큼 효력이 강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보통주 1798만1686주와 우선주 322만9693주가 1차 소각대상이다. 전체 발행주식수의 13.3%(보통주 12.9%, 우선주 15.9%)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로 9조3000억원어치 주식을 매입해 이 역시 소각하기로 했다. 유통주식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국내 기업 전반에 주주친화책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자사주소각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 주식시장 전반이 업그레이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주식에 투자하는 관점이 '시세차익'에서 '배당수익'으로 서서히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욱이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장기 투자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떠받쳐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삼성그룹의 주주환원정책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확산된다면 앞으로 안정적인 배당소득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주식양도차익보다 안정적인 배당소득을 통해서 금융소득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에 한국에서는 배당수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주식양도차익을 추구하는 외국계 핫머니들이 시장을 흔들었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배당수익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진단이다.
이 CEO는 "주식투자자들은 이같은 주주환원책 확산을 기대한다면 배당주와 배당주펀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분 중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합쳐도 지분율 18.2%(자사주 소각 전 기준)에 불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가진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50%가 넘었다. 자칫 경영권 분쟁이 일 수 있는 상황이다. 지주사로 전환해 '자사주 의결권 부활 마법'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려던 카드는 버렸다. 이 부회장이 잡음없이 자리를 지키려면 끊임없는 주주환원정책을 내놔야 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 이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며 불리한 지분율을 극복해야 한다"며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전자 경영 방식이나 배당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게 하려면 주주환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이 부회장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와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6.48%, 6.84% 크게 하락했다. 삼성 지주회사 전환 포기 소식에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 주가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아닌 실적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측면에서 이날 낙폭은 과했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발 주주환원정책 여파가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9.5%) 역시 지난해 1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39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 7900억원 선으로 크게 뛸 전망이다. 삼설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43.4%), 삼성전자(4.2%), 삼성생명(19.3%), 삼성SDS(17.1%)을 비롯한 보유지분가치도 부각될 여력이 있다.
삼성SDS는 4차산업혁명 기대감에 전날까지 14거래일 연속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져 2014년 11월 상장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처음으로 9%를 돌파했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어 매수세가 몰렸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갈수록 나아지는 기업체력을 감안하면 주가는 바닥 국면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홍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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