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성공률 고작 20% 지역주택조합사업…"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입력 2017-04-27 16:06  | 수정 2017-04-30 12:03
의정부 녹양역세권 도시개발사업지구 모습 [매경DB]

# 경기도 고양시 B지역주택조합 집행부는 토지를 확보하지 않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토지 개발 권한이 이미 다른 업체에 있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는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인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대형 건설사가 짓는다며 조합원 모집 광고 중이다. 해당 건설사도 사업 참여 의지가 전혀 없다.
#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13일 '의정부역 55층 초고층 팰리스타워' 조합과 업무대행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조합설립 인가신청 기준에 미달함에도 마치 달성한 것처럼 허위로 홍보해 350억원대 투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업을 시행하려면 전체 부지의 소유자 80% 이상을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승낙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90% 이상' 사용승낙을 받았다고 허위 홍보했다. 시청 등 관계당국에는 단 한장의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지역조합 아파트에 대한 인기 만큼이나 그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시행사들이 토지 확보를 못한 채 사업 진행에 관한 정보 공개·조합원 탈퇴·환불에 관한 규정 없이 조합원을 모집한 후 인당 수천 만원의 가입비만 받고 사업을 지지부진 끌고 가거나 접는 행태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행사가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돈만 챙기고 조합을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 2014~2016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지주조합 피해 민원만 2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사업장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3년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는 20건(약 1만가구)에 불과했으나, 2015년 106건(6만7239가구)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도 104건, 6만9150가구에 달한다.
사람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주조합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세보다 10~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인 분양 아파트는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한다. 즉 PF로 인해 사업 과정에서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이런 비용을 포함해 분양가를 책정한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금융비용, 시행사의 이윤, 분양 광고나 홍보비용 등 여러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인 셈이다
공급할 아파트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모집하면 조합은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금 명목으로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돈은 토지 구입에 활용한다. 토지만 95% 이상 매입하면 사업은 사실상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기존 재개발,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 사업 절차가 단순한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단점으로 꼽힌다. 사업 추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대행사가 토지 확보나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역세권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조합원 모집에 들어간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환지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지방식은 토지주로부터 토지를 수용한 후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발구역 내 조성된 땅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문제는 업무대행사가 토지 소유자(원흥주택건설)로부터 지역주택조합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로 부동산매매계약 약정서만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매매계약 약정서는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재산권의 이전과 대금의 지불을 약정함으로써 성립되는 계약으로, 상호(또는 일방)가 내세운 매매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효력을 잃게 된다. 반대로 매매가 성립하게 되면 매도인은 재산권을 이전할 의무를 가지게 되고 매수인은 이에 대한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일정 기간 내 매도인이 요구하는 조합원 모집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토지 취득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조합 이외의 매수인에게 부지 매각 또는 사업방식 변경에 따른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 있다. 이 사업부지는 지난 2007년부터 개발이 추진됐다. 당시 도시계회시설 유통상업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몇 년이 지나도 이렇다할 진척이 없자 의정부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지구 지정을 해지했다. 지구단위방식이 어려워진 이후 도시개발 환지방식으로 일반 분양 사업승인을 시로부터 받았다.
이에 대해 의정부 주택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이 받은 사업승인은 일반 분양에 대한 승인"이라며 "현재 지역주택조합방식으로 추진 중으로 알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사업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사업승인은 1~3개월 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말 개정된 '건축법'을 토대로 승인이 이뤄져야하는데 수정부분이 상당수 나올 수 있어서다. 여기에 6월 3일부터 시행되는 '주택법' 개정 법률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법 개정안은 6월 3일 이후 설립되는 조합부터 적용된다.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위해 조합원을 모집하려는 경우 해당 시장 또는 군수, 구청장에게 사전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해당 시장 또는 군수, 구청장은 조합사업추진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조합원 모집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결국 소급 적용 여부가 관건인데 시의 판단에 따라서는 사업이 조합원 모집 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택조합들은 해당 지자체에 신고한 후 조합원을 공개 모집해야 한다. 토지확보 증빙자료 등도 공개된다. 앞으로는 조합원을 모집할 때 조합원모집 대상지역의 일간신문 및 관할 시·군·구 인터넷 홈페이지에 조합원모집 공고를 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조합설립-사업계획승인-착공-준공-입주·조합해산' 순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조합원 모집은 조합 설립 단계에서 실시한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해도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토지매매계약 단계에서 토지 매입가 상승으로 인해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전 조합원 간 갈등이 없는지, 조합원 모집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추진된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은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점(2007년 11월)으로부터 8년 3개월 만에 입주가 이뤄졌다. 조합 설립에 앞서 1차 조합원 모집에 나선 시점까지 감안하면 족히 10년은 걸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 사업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불어났고 전용 84㎡ 조합원분은 2007년 당초 예상 가격(5억2800만원)보다 훨씬 불어난 가격(6억5200만원)에 공급됐다.
사업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만 사업승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토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아예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업무대행사는 "토지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홍보하지만 이를 '소유권 이전'과 혼동하면 곤란하다. 토지 소유권을 95% 확보했다고 선전하는 사업장도 있지만 계약금 10%만 지불된 상태거나 계약금을 걸어두지도 않은 채 토지사용동의서만 받아놓은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몇몇 지역주택조합이 투명한 자금 관리를 위해 신탁사와 계약했다며 조합원 가입자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신탁사가 지정됐다고 자금 관리가 100% 투명하다고 보긴 어렵다. 신탁사는 사업 주체인 조합이 사업 추진비용을 요청하면 언제든 내어준다. 누가 자금을 사사로이 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대형건설사가 시공 예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건설사는 시공만 담당할 뿐,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돼도 책임이 없다. 지역주택조합의 성패는 어디까지나 토지 확보며, 사업의 주체는 조합원이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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