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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이라 불렸던 허정협을 ‘갓정협’으로 부를 날
입력 2017-04-26 06:01 
넥센의 허정협은 21일 고척 롯데전부터 25일 고척 두산전까지 4경기에서 안타 5개를 쳤다. 그 중 4개가 홈런이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빗맞아도 홈런이다. 자세가 흐트러져도 홈런이다. 넥센팬은 허정협(27)의 ‘괴력 매력에 푹 빠졌다. 연일 상종가다.
육성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지 3년 만에 시즌을 2군이 아닌 1군에서 시작했다. 허정협은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돼 감격스럽다. 기대에 부응하고 좋은 결과로 보답드릴 수 있게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25일 현재 넥센의 1군 엔트리에는 허정협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다. 그냥 한 자리만 차지하는 게 아니다.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주전 우익수, 그리고 5번타자. 대타라는 한정된 기회만 얻었던 그의 현재 포지션이다. 장정석 감독은 허정협에 대해 기용할 때마다 잘 하는데 안 쓸 수 있는가”라며 껄껄 웃었다.
지난해까지 홈런 0개였던 허정협은 25일 현재 홈런 6개를 쳤다. 홈런 부문 공동 4위에 올라있다. 10.3타석당 1홈런 페이스다. 홈런 톱10 중 이홍구(6타석), 최정(9타석), 한동민(10.1타석) 다음으로 좋다.
특히, 지난 21일 고척 롯데전 이후 최근 4경기에서 홈런 4개를 때렸다. 영양가 만점이다. 그의 홈런이 터진 3경기에서 넥센은 진땀을 흘리고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허정협의 안타 18개 중 장타가 10개(홈런 6개-2루타 4개)다. 장타율이 0.755에 이른다. 규정 타석 기준이라면 4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허정협의 장타 능력은 퓨처스리그에서 검증됐다. 2년간 3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스스로도 남들보다 힘이 좋다는 걸 느낀다.
허정협은 평소에는 잘 모르겠다. 특별한 보양식 같은 것은 없다. 남들처럼 똑같이 밥을 먹을 뿐이다”라며 그런데 배팅 훈련을 할 때 다른 선수보다 타구가 더 강하고 더 멀리 날아갈 때 느껴지더라. 친할아버지의 유전이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체격이 좋으셨고 힘이 세셨다”라는 말과 함께 웃었다.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허정협은 그는 겨우내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왔다. 내게 기회가 주어지기만 한다면 곡 해낼 수 있다고 여겼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 타석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절실함이 허정협 활약상의 원동력이다.
허정협의 끝없는 노력과 강병식 타격코치의 조언 아래 거포 유망주는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25일 고척 두산전의 5회말 홈런은 강렬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기도 했지만 정상적인 타격 자세가 아닌 데도 타구를 외야 담장 밖으로 넘겼다.
허정협은 중심이 뒤에 있어 (자세가 흐트러졌지만)힘이 실려 넘어갈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라면서 이 같은 모습 때문에 다들 나에게 ‘힘이 좋다라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구의 궤적을 보고 홈런이라는 걸 느낀다. 빗맞은 게 홈런이 됐을 때 더 짜릿한 것 같다. ‘내 힘으로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투만큼 자신감 있는 스윙이었다. 장 감독은 이제는 타석에 섰을 때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게 보인다. 이 같은 페이스면 30홈런도 거뜬히 가능하다. 간혹 타격을 망설일 때가 있는데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며 흡족해했다.
홈런 후 유니폼 상의에 입을 맞추는 허정협만의 세리머니.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허정협은 어린 시절 ‘허접이라고 불렸다. 친근감에 정협을 접으로 줄인 것이다. 지금 그를 그렇게 부르는 이는 없다. 요즘 그는 넥센팬 사이에서 ‘대만용병이라고 불린다. 외모가 대만의 린즈셩을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허정협은 이에 그런 농담과 별명도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감사하다”라면서도 너무 많이 들었다. 난 한국인인데 그만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정중하게 요청했다.
일부 넥센팬은 허정협을 향해 ‘갓정협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전해들은 허정협은 마냥 부담스럽지도 싫지 않다는 반응이다. 당장 그렇게 불러달라며 떠들고 다니기는 민망스럽다. 아직은 1군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절실하게 야구를 하는 위치지만, 언젠가는 ‘갓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허정협은 25일 경기를 마친 후 수훈선수로 선정돼 1루측 단상에 올라갔다. 3번째다. 그렇게 한 차례씩 늘려간다면 그가 원하는 ‘그 멋진 별명을 불릴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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