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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수’ 유창식 참가한 독립리그에 무슨 Dream이 있나?
입력 2017-04-25 06:27  | 수정 2017-04-25 09:11
24일 목동구장에서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리그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찬 미라클의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유창식이 몸을 풀며 웃고 있다. 유창식은 승부조작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KBO로부터 3년 유기실격 징계를 받았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승부조작 혐의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다시 그라운드에 얼굴을 기웃거리고 있다. 징계의 허점을 파고든 처사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4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개막한 한국 독립야구리그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천 미라클의 경기에 저니맨 외인구단 선발명단에는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 바로 kt위즈에서 임의 탈퇴된 김상현(37)과 승부조작 혐의로 3년 유기실격 처분을 받은 전 KIA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25)이었다. 김상현은 이날 4번 3루수로 출전해 3안타와 타점 도루를 성공했다. 타자로 전향한 유창식은 1번 우익수로 출전해 2루타를 하나 치는 등 활약을 펼쳤다. 이들의 활약 속에 저니맨 외인구단이 11-4로 이겼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장면이다. 경기 외적인 혐의로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제재금 500만원의 한국야구위원회(KBO)징계를 받은 김상현의 출전이야 논외로 친다 해도, 유창식의 출전은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유창식은 지난해 프로야구를 먹칠한 승부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승부조작을 자진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자진신고 때 밝혔던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창식은 한화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4월 1일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3번 타자에게 고의로 볼넷을 던지고 경기가 끝난 뒤 브로커 김모씨에게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 또 같은 달 19일 LG트윈스와의 경기에도 선발 등판, 역시 1회 3번 타자에게 볼넷을 던진 뒤 김 씨에게 현금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법원은 혐의를 인정해 유창식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비록 실제 감옥에 가진 않았지만, 그 비난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KBO는 자진신고를 했다는 점을 감안해 올 1월 3년 유기실격 징계를 내렸다. 어쨌든 유창식은 제재가 종료될 때까지 KBO리그에서 선수 및 지도자 또는 구단 관계자 등 리그와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할 수 없다. 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선수나 지도자로도 등록할 수 없으며 미국, 일본, 대만 등 KBO와 협정을 맺은 해외리그에서도 전 소속 구단의 허가 없이는 진출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부정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독립리그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독립리그는 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관련이 없는 단체다. 부정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누비는 장면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관련이 없는 리그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팀이 아닐 경우 KBO가 제동을 걸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가 없다. KBO관계자는 협회에 등록이 안 된 사회인 야구라던지 다른 활동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협약을 한다면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프로축구 승부조작 중심에 있던 최성국은 법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조건부 영구제명됐다. 하지만 마케도니아리그에 진출하려는 꼼수를 부리다가 무산된 바 있다. 승부조작 관련 범죄자가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영문으로 KDL(Korea Dream League)로 불리는 독립 야구리그는 '프로 입단과 재기'라는 꿈을 가진 선수들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관련없다는 점을 악용해 부정선수가 재기를 노리는 무대가 되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한 야구팬은 승부조작 범죄자가 뛰는 리그에 과연 꿈이 있을지 모르겠다. 승부조작 선수 재기의 꿈을 키워주는 무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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