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미경 교수 "서울대 1+1 채용의혹, 여성과 융합학문에 대한 차별"
입력 2017-04-24 17:10 
24일 원주 명륜사회복지관에서 김미경 안철수후보 배우자가 식당봉사를 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 24일 아침 강원 원주 지역 선거운동 전 매일경제 기자와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대 1+1 특혜채용' 의혹 제기에 대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에 대한 두 가지 차별에 의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융합학문의 일종인 법의학도로서 충분한 자질검증을 통해 교수직에 임용됐는데도 남편과 함께 채용됐다는 이유로 외부에서 성차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네거티브 공세 때문에 남편이 (대선에서)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교수는 이날 작심한 듯 가슴에 품은 발언을 쏟아냈고, 자신이 학자로서 걸어온 길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 톤을 다소 높이기도 했다. 그는 청년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겠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남편의 정치를 응원한다”고도 했다. 인터뷰는 원주시 천사로 한 식당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 교수에 대한 서울대 특혜채용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 교수 임용 과정에서 저에게 아무런 특혜가 없었다. 제가 밟아야할 모든 절차를 밟았고 저에 대한 모든 서류와 사실은 제가 알기로 100% 정확하게 다 서울대에 제출했다. 채용은 서울대에서 판단했다. 모교에서 후배들과 제자들을 가르치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 저는 인생에 행운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 불평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 네거티브 공세는 좀 심했다. 심지어 이런 네거티브 때문에 남편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힌다.
- 문재인 후보측의 의혹 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두가지 차별에서 비롯된 의혹제기다. 하나는 저처럼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여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또 하나는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다.
- 여성에 대한 역차별은 무슨 뜻인가.
▶ 저는 제가 할 도리대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문 후보측에서) 여성 (전문가)로서 전문분야에 일을 하기 위해서 남편과 같은 직장에 가면 '패키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저 때문에 다른 사람(전문직 여성)들이 피해 볼까봐 우려된다. 저는 여자로서 서울대 의대생 중 여학생 10% 안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의대생 중 남자가 90%였고 여자가 10%였다. 이후 인턴·레지던트를 하고 직장을 얻는 과정에서 남녀에 대한 차별과 보육·출산까지 다 겪었다. 이를 다 돌파해서 원하는 전문 영역에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 실력으로 이겨냈는데도 '1+1'이라며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한다는 뜻인가.
▶ 저는 의사라는 정체성이 있다. 또 과학을 좋아한다. 이공계 사람들이 많이 부족한 부분들 즉, 법규라든지 이런 것들을 채워줄 수 있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하는 것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과대에 돌아와서, 또 이공계인 카이스트에서 학문적으로는 식약처 규제와 연구윤리 등을 가르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차별은 무슨 의미인가.
▶ 융합학문하는 사람은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 2011년 당시 서울대 임용심사위원회 회의록에는 김 교수의 최근 3년간 연구실적이 미흡하다고 돼 있다.
▶ 의대는 의학을 평가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이다. 융합학문 논문이라는 것에 정확한 바운더리(경계)를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특히 (제 전공인 법의학은) 그거에는 특허, 식약처 이슈도 들어가고 굉장히 광범위한데 그런 기본적인 융합학문에 대해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판단이) 힘들다. 그런데도 저는 (정년교원임용심사위원회에서) 가 8, 부 6으로 통과돼 시스템이 정한 임용 절차를 지켰다. 100%로 찬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 자신이 아니라, 융합 학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의혹 제기에 대해 '국민들이 아실 것'이라며 침묵한 이유는.
▶ 저는 연구하는 학자다. 학자는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한다. 사실 제가 학자로서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절대적 추구해야할 학문의 길에 대해서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채용에 내가 모자란다는 것은 아니다.
- 문 후보 측에서는 김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10개월간 강의 한번 안했다는 의혹 제기도 했다
▶ 제가 카이스트에서 3년 동안 강의한 전체를 보여줬으면 한다. 카이스트는 전임 교수가 한 학기에 수업 한 과목만 맡는다. 하지만 저는 두 과목씩 수업했고 마지막 학기에는 다섯 과목을 가르쳤다. 임용 직후(2008년 4월) 10개월 간 강의를 못한 것은 신임 교수가 왔을 때 해당 학기 중에는 수업을 못 열기 때문이다. 그 다음 학기에 열려면 신청 기간 내에 왔다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 신청 기간 내에 왔더라도 기존 시스템에서 자기 강좌를 못 여는, 즉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교무처장의 요청으로 석·박사들이 들을 수 있는 연구윤리 강좌를 만들었고 학생들이 졸업하려면 그 과목을 들었어야 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전체적으로 그런 부분을 알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 안 후보가 당선되면 모델로 삼고 있는 영부인이 있는가.
▶ 많은 사람들이 "미셸 오바마처럼 되달라"고 하더라. 미셸 오바마처럼 나름 사회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면서 남편(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자를 원하는 것 같았다. 또 미셸처럼 국민들과 격의 없이 다가가 가까이 있는 모습을 원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대통령인 남편과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며 사랑하지만 두 사람의 독립된 채로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말 같았다. 떠날때는 사람들이 굉장히 아쉬워하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영부인이 되고 싶다.
- 딸 설희 씨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나
▶ 제 딸은 여성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 미국에서마저 여성수학자나 여성물리학자에 대한 기본적인 차별이 있더라. 딸은 수학을 어렸을 때는 되게 못했는데 지금은 좋아하게 됐다. 수학자를 할지 화학을 공부할 지 고민하다가 이 둘을 결합하는 학문을 하고 있다. 이론화학 혹은 물리화학이라고 하기도 한다.
- 다른 후보들은 딸·아들이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한다.
▶ 설희가 돕는 가장 중요한 면은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힘들게 집에 돌아오는 엄마 아빠를,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아빠는 무조건 좋아해주고 지원해준다. 설희로선 그것이 우리를 가장 돕는 것이다. 어제는 마라톤을 같이 뛰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공식선거운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
- 최근 의혹에 대해서 힘들어하지 않느냐?
▶ 딸 설희가 미국의 국가연구소에서 포스닥(박사후연수과정)을 밟고 한국에 와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 (교수에 임용되면 저처럼) '1+1+1이구나'라면서 의혹을 제기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딸이 열심히 해서 새로운 영역의 학문을 개척해보려고 애썼는데 '아버지 때문에 (교수직에) 들어갔다'고 근거없이 의혹이 나올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분명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원주 = 김효성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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