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개인 디지털 비서를 지향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 주도권을 잡은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SK텔레콤의 누구(NUGU)와 KT의 기가지니(GiGA Genie)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7만대, 2만대다.
아직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했다고 하기에 이르다. 두 회사는 공급량을 늘려가며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 전망은 밝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내 LG유플러스도 AI 대열에 합류한다. LG유플러스는 컨퍼런스 콜과 주주총회 등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AI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국내 통신사 중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아우를 AI 서비스가 없어 시급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고 어떤 기기에 얹을지, 어떤 회사와 협력할지 전방위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서비스는 인간과 유사하게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 사용자들로부터 입력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성능을 개선한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의 서비스가 품질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화를 제공하는 AI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제한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이다. 'AI 비서'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AI 장난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과 KT의 AI 대중화 전략을 사뭇 다르다. SK텔레콤은 누구의 판매처를 넓히고 있는 반면, KT는 단말 판매 이외에도 셋톱박스와 연계해 월 이용료를 추가 납부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KT 관계자는 "시청각적 요소를 모두 제공하기 위해 기가지니를 셋톱박스랑 융합했다"면서 "셋톱박스와 연계 전략이 초기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AI 서비스 업체들이 음성광고를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는 사업 모델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달 해외에서 AI 스피커 '구글홈'이 사용자에게 "오늘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실사 영화가 개봉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은 무분별한 음성광고는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혼재한다.
시장 초기이기에 회사들도 사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는 연내 홈IoT 기기로부터 정보를 받아 사용자에게 말을 거는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기청정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내 공기 질이 나빠요. 공기 청정기를 켤까요?"라고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가 더 자연스럽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구현해 '사람' 같은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너무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면도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