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보별 공약 재원분석-1] 문재인 후보 정책의 베스트와 워스트
입력 2017-04-23 16:49 

'청와대 특권 내려놓기는 A학점. 큰 정부 지향 경제정책은 C학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유권자에게 공개한 10대 공약 총 215개 가운데 전문가들은 권력기관·반부패 개혁에는 기대를 걸었지만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규제강화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 특권 반납, 검찰개혁 등 투명성 강조"
한반도선진화재단 평가단은 23일 대통령 특권 반납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통한 검찰개혁을 긍정적인 공약으로 평가했다. 이용환 사무총장은 "불통과 밀실행정의 원천인 청와대 개혁과 이전은 바람직하다"며 "특히 대통령으로의 접근을 막으면서 대통령의 소통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던 경호실 개편이 이뤄진다면 실제 국민속의 대통령으로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의 특권을 국민에게 반납한다는 측면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참여정부의 성과 중 권위주의 타파가 일순위로 꼽히는 만큼 이런 역사적 평가를 받들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문 후보는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올해 계획을 수립해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2019년엔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 미완의 과제인 '검찰개혁'은 이번에는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이병혜 명지대 교수는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및 검경 수사권 조정등 검찰개혁을 가장 좋은 공약으로 꼽았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해소하고 이를 경쟁화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 기업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기부금 징수를 금지하겠다는 공약도 비리 척결 차원에서 좋은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예산외 사업에 대해서 많은 부분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해왔고 이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한 요인이 됐다"며 "정부가 갑의 위치에서 기업에게 기부금을 요구하면 을인 기업은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상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연대보증제 폐지 등 호평
경제공약 중에서는 청년신혼부부 반값 공공임대주택 우선배정, 연대보증제 폐지 등 생활밀착형 공약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도형 한림대 교수는 "저소득 신혼부부용 주거정착금 지원, 전월세보증금 융자, 쉐어하우스 임대주택 확충 등은 저출산 문제 해소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은 "연대보증제 폐지 및 신용대출제도 개선은 금융회사의 전당포식 경영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좋은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 등을 민관협력을 통해 따라 잡아야 한다는 공약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외교·안보분야에서는 북핵 대응 핵심전력(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킬 체인) 조기 전력화가 호평을 받았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KAMD 조기전력화는 북핵 대응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며 "일본과 북핵 핵문제 등에 대해 전략적 협력 강화하는 것도 전향적"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중심 경제정책엔 비판적… '매몰비용' 발생 우려
그러나 한선재단 평가단은 문 후보의 '공공부문 등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청년고용할당제 확대'에 대해서는 일제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박재완 이사장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은 4차 산업혁명 등 경제여건 변화에 역행하는 공약"이라며 "경찰관, 소방관, 근로감독관 등은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사물인터넷 등에 의해 인력이 절감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인데, 고용 경직성이 강한 공무원을 한꺼번에 이처럼 많이 뽑으면 그 인건비는 '매몰비용'이 돼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남긴다"고 우려했다.
김종근 한선재단 기획정책위원은 "민간부문의 산업자동화와 경제 위축으로 일자리 수가 감소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국가 중장기 발전에 큰 유익이 없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업경쟁력과 소프트파워 경쟁력 강화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은 남유럽과 같은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경제의 비효율성, 비생산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실효성도 의문일 뿐더러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 이사장은 "일감은 그대로인데 일자리만 늘리면 '영합(zero-sum)게임'의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며 "기존 취업자의 기득권을 완화하지 않고 신규 취업자를 늘리는 요술방망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민간 기업에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고용할당을 한다는 것인가"라며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통해 이를 유도해야지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도형 교수는 "청년일자리는 기업이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의 역할은 적재적소에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비전을 기업과 청년에 제공하는 것에 국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는 없고 규제강화만 담겨
문 후보의 공약은 지나치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만 담겨져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 이사장은 "공약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는 없고 규제 강화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최저임금·이자·수수료·임대료 규제, 고용 할당, 금산분리, 지주회사 요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안 과제인 산업구조조정,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 의지가 실종됐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두 측면을 모두 높여야 하는데 유연성 얘기를 일체하지 않고 안전성만 앞세우고 있는데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임기 말에나 실행될 공약을 당장 실현될 것처럼 포장하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정태용 연세대 교수는 "'어르신이 행복한 9988 대한민국' 공약에서 기초연금 30만원 지급은 결국 임기 4년차에나 실행 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공약의 주된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다"며 "다양한 노인복지 관련 공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재정확보방안, 법제정 및 개정 등의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