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션매장의 문화공간 변신, 이젠 유통가 트렌드로
입력 2017-04-23 16:19 
스튜디오톰보이 매장 내 '킹스 오브 파로' 사진전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매장과 문화 공간이라는 두 지점을 나누는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 패션 매장과 문화 공간을 합쳐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자 하는 '컬처 마케팅' 시도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 켠에서는 문화의 힘을 빌려 브랜드가 내세우는 컨셉·이미지를 직접 강화하고자 하고, 다른 쪽에서는 트렌드에 맞춘 행사 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고객의 시선을 모으는 가지각색 방향성이 돋보이고 있다.
신세계톰보이의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톰보이는 이달 중 진행하는 '킹스 오브 파로(Kings of Faro) 행사로 브랜드와 문화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전국 주요 매장에서 스웨덴 출신 사진작가 안드레 울프의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로, 이탈리아 카프리섬 절벽에서 휴가를 보내며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스튜디오톰보이가 굳이 안드레 울프 작품을 전시 테마로 택한 건 올 봄·여름 시즌 컨셉 '프랑스식 휴가(French Holiday)와 이번 전시 작품 사이의 접점 때문이다. 휴가를 주제로 한 작품 사진과 시즌 컬렉션이 만나 제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랜드 자체가 내세우는 이미지와 울프 작품의 감성이 맞물려, 브랜드에 대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는 아시아 최초 LVC(LEVI'S Vintage Clothing) 단독 스토어 오픈 1주년을 기념, 4월 한 달간 매주 목요일마다 LVC 신사 스토어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여러 문화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국문판 시집 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낭송회를 개최했다. 긴즈버그는 기성세대와 현실에 대한 저항을 특징으로 하는 50~60년대 미국 '비트 세대' 문화를 주도한 작가다. 이후로도 매주 목요일마다 여행·음악·영화를 주제로 참석자들이 전문 평론가의 얘기를 듣고, 비트 세대를 주제로 이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있다.

리바이스 관계자는 "LVC 매장 자체가 오랜 역사를 지닌 리바이스의 빈티지 상품들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공간인 만큼, 현재의 고객들이 당대의 문화적 메시지·스토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브랜드와의 접점을 잇고자 했다"고 전했다.
세간에서 목격되는 트렌드 그 자체를 좇아 문화 행사 테마를 잡는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에서는 내달 초까지 '펑크 인 브리튼(Punk in Britain) 전시를 열고 있다. 영국 펑크 문화를 이끌며 전세계 패션·음악에 영향을 미친 주역들을 담은 100여점 사진을 5월 7일까지 서울 청담점에서 전시한다. 에비뉴엘점에서는 음악계 거장들과의 사진 작업으로 유명세를 떨친 사진작가 쉴라 락의 작품을 따로 떼와 내달 9일까지 전시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펑크로 대변되는 '유스(youth) 키워드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고 젊은층이 이에 열광하는 추세"라며 "패션은 물론 문화 전반에서 펑크가 대세임을 포착해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준야 와타나베, 베트멍 등 글로벌 브랜드가 펑크를 주제로한 컬렉션을 펼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런 경향을 들여와 관련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패션업계는 이들 경우처럼 패션 매장에 문화공간을 결합시키는 시도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문화공간을 매장에 들여옮으로써 상품 이상의 '부가가치'를 원하는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데다, 소비자로 하여금 매장 내 제품이 문화가 지닌 품격을 똑같이 지니고 있다고 믿게 만들어 구매의욕까지 자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문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