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길가에 쓰러진 노숙인이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오면?
입력 2017-04-14 08:52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은 지난 11일 민들레지역복지와 환자의 지원금 전달식을 가졌다.

길거리에 쓰러진 노숙인이 119 응급차 실려 병원에 왔다면 병원비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 의료비를 지불할 능력도, 대납해줄 가족도 없다면?
지난달 인천 서부소방서 119구급대는 신고를 받고 길거리에서 쓰러져 있는 김 씨를 싣고 국제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김 씨는 천공(구멍)이 있는 급성 십이지장궤양으로, 즉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국제성모병원 외과 하만호 교수는 지체 없이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집도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하만호 교수는 "천공성 급성십이지장궤양은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폐색과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라며 "119구조대원의 신속한 대응과 응급 수술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김 씨는 노숙인으로 의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었고, 거주지 또한 불분명 했다. 그의 가족 역시 연락이 닿질 않았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수술 후 처치를 계속했다.
이번엔 사회사업팀이 나섰다. 김 씨가 행려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회사업팀은 원무팀과 함께 서구청에 행려 처리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사회사업팀과 원무팀의 도움으로 김 씨는 의료비를 의료급여 대상자 수준으로 적용받았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김 씨는 오랫동안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국민건강보험이 일시 정지된 상태였다. 비록 지금 치료를 받는다하더라도 추후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었던 것이다. 이에 사회사업팀은 병원의 교직원 후원회인 국제성모자선회와 천주교인천교구 사회복지기관인 민들레지역복지의 도움을 받아 건강보험료의 일부인 140여만 원을 지원해 김 씨의 정지된 건강보험을 회복시켰다.
이 후 사회사업팀은 퇴원 후 홀로 남겨질 김 씨를 생각해 전원 계획을 세웠다. 이에 진료협력센터의 도움으로 지난 7일 김 씨를 요양병원으로 전원시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국제성모병원 천덕희 사회사업팀 팀장은 "당장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 후의 삶까지 고려해 건강보험 자격 회복과 요양병원으로의 전원까지 생각하게 됐다"며 "김 씨가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준식)은 지난 11일 민들레지역복지와 환자의 지원금 전달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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