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K·롯데·한화, 캐시카우 갈아탔다
입력 2017-04-13 17:06 

SK·롯데·한화 등 국내 대기업 집단의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가 4년만에 대거 달라졌다. 이들 3개 그룹은 사업 다각화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수익의 원천이자 주력 사업을 뜻하는 캐시카우를 다른 업종으로 갈아탄 것이다. 이에 비해 삼성그룹은 기존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캐시카우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늘어났다.
주요 그룹의 변신은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시가총액 기준 국내 25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1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삼성·현대차·SK·LG를 비롯한 25대 그룹 상장사들의 2012년과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그룹의 작년 전체 영업이익은 87조8425억원으로 나타났다. 4년전인 2012년(85조5019억원) 보다 2.7% 증가한 수치다.
특히 SK그룹은 2012년 SK텔레콤이 1조7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통신업종이 그룹을 먹여 살리던 구조에서 작년 SK하이닉스가 3조2767억원의 이익을 내며 반도체가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떠올랐다. 작년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그룹내 영업이익 비중은 33.2%다. 이같은 변신은 반도체 시장 호황을 예견한 SK의 막대한 투자 덕분이다. 2012~2016년 하이닉스에 대한 시설 투자 금액은 무려 25조5500억원에 달한다. 다른 캐시카우인 국내 1위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그룹 영업이익의 40.6%를 차지했고 작년에도 32.7%로 꾸준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기간 동안 유통 그룹에서 화학 그룹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2012년 유일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롯데쇼핑은 유통업 경쟁 심화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롯데케미칼은 작년말 2조5443억원의 이익을 내며 그룹내 영업이익 비중이 62.3%에 달했다.
한화는 2012년 한화생명 이익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한화케미칼과 한화토탈의 양대 계열사가 이익을 쓸어 담는 화학 그룹으로 변신했다.
한화토탈은 작년 1조4667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고 한화케미칼도 작년 7792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케미칼의 이익은 4년만에 148배나 급증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적 장치 사업인 반도체나 화학의 경우 오너의 빠른 결단이 대규모 투자를 가능케한다"며 "당장 업황이 안 좋더라도 시설 투자를 미리 단행한게 최근 사상 최대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그룹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기존 캐시카우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비중은 80%에서 91%까지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차 부품업체 모비스의 성장으로 현대차 이익 감소를 메꿨다.
이날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5대그룹 전체 계열사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21조 2607억원에 달한다. 작년 보다 38%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4년간 25대그룹 영업이익 성장률이 연간 한국 경제 성장률인 3%에 그친 것은 그동안 구조조정과 사업 다각화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사업 안정화로 본격적인 이익 창출 국면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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