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이달 첫 순매수…셀코리아 멈추나
입력 2017-04-12 17:53 
'셀코리아' 랠리가 끝나고 다시 '바이코리아' 장세가 돌아올까. 4월 들어 7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2일 순매수로 전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06포인트(0.24%) 상승한 2128.91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이날 624억원을 순매수하며 2120 선을 지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이 열린 기간 내내 매도와 매수로 돌아서기를 반복하자 지수 역시 하루 종일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장세는 4월 들어 연일 '셀코리아' 랠리를 펼치는 외국인 움직임이 잦아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날 전까지 연일 매도 랠리를 펼치며 지수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외국인이 본격적인 '셀코리아' 열풍에 가담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보기엔 지난달 산 주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무려 3조3965억원어치 주식을 싹쓸이하며 코스피지수를 떠받쳤다. 아직 4월이 많이 남았지만 외국인이 이달 던진 주식은 지난달 매입한 주식의 '10분의 1'을 갓 넘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이틀간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이 2049억원 이탈했지만 채권시장에선 3497억원이 들어왔다.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전문가들도 대체로 대북 상황의 전면적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코스피 배당금도 '장기 투자' 위주인 외국인 입맛을 사로잡을 만하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배당성향은 2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조원가량이 외국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전체 배당액의 1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적극적 배당정책에 나선 결과다. 오는 24일 삼성전자는 외국인에게 역대 최대 규모인 1조9552억원 규모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배당금 규모를 점차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배당금 매력에 빠진 외국인들 발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지주 역시 지난 7일 배당금 총액 6875억원 중 외국인에게 4663억원을 지급했다. 이 밖에도 포스코와 KB금융이 지난 10일 외국인 주주들에게 3000억원 이상을 배당했다.
1분기 실적 랠리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 덕분에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실적을 기반으로 한국 증시 체력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외 변수 몇 가지가 잠잠해지면 외국인이 다시 증시에 귀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남은 변수는 복잡한 국제 정세가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달렸다. 미국발 시리아 폭격 사태 이후 북한이 다음 타자로 거론되면서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짙게 깔렸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 한국 정치권과 대우조선해양 문제로 신음하는 복잡한 한국 경제 상황 등 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설 만한 상황도 조성됐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말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를 달성하자 저가 매력이 희석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화가 약세 국면으로 돌입한 것은 부담이다. 특히 배당금이 빠져나가는 이달 중 원화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경우 원화값은 더욱 하락해 당분간 외국인들은 주식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주가지수도 조정을 거칠 공산이 크다. 원화는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약세로 돌아선 상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지만 4월 들어 이 기조가 깨졌다"며 "외국인 일부가 원화값 약세장에 베팅하면서 그동안 많이 샀던 종목 위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장원 기자 / 석민수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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