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군기 빠진 한국은행, 연거푸 통계 실수
입력 2017-04-12 17:19  | 수정 2017-04-12 17:52

한국은행이 공표해온 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30%가량 부풀려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통계 오류 사고로 물의를 빚은 한국은행이 한달여만에 또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기초자료를 잘못 제공한 일선 금융기관의 책임도 있지만, 국가통계기관인 한은 통계는 가계부채 대책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한국은행은 '3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면서 2015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통계를 전면 수정했다. 그 결과 지난 14개월 간 이들 기관의 주담대 월별 증가액은 30~40% 축소됐다. 월평균 4000억원 가량이다. 지난 1월의 경우 당초 발표했던 1조 8720억원에서 1조 3729억원으로 4991억원 가량 축소됐고, 지난해 12월분도 2조 9766억원에서 2조 2419억원으로 조정됐다. 무려 7347억원 차이다.
1차 원인은 금융기관들이 기초통계를 잘못 작성·제공한 데 있었다. 주담대 통계는 주택과 관련된 대출상품(전세자금대출 포함)만 포함되는데, 주택이 아닌 상가·토지 등 담보대출 상품까지 주담대로 집계해 온 것이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일부 기관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너무 높아 문의한 결과, 주담대가 아닌 기타대출 상품을 주담대로 잘못 분류해 온 것을 확인했다"며 "잘못 분류된 주담대분을 기타대출로 다시 분류했기 때문에 2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바뀌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비은행권의 기초자료를 직접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한은이 저축은행중앙회 가계대출 통계를 확인없이 받아 썼다가 뒤늦게 수정하는 소동을 빚은 직후이기 때문이다. 당시 담당 팀장이 직위해제되는 등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내려진 가계부채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주담대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상호금융권에도 주담대 부분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대폭 늘어난 기타대출의 경우 주담대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 강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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