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전자산에 쏠리는 글로벌 자금…엔·금값 5개월래 최고
입력 2017-04-12 16:17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대북 압박 고조, 유럽 선거 불확실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금·엔화·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자금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안전자산에서 미국 증시로 돈이 쏠리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수개월간 이어졌지만 사실상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20.30달러(1.6%) 상승한 온스당 1274.20달러를 기록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2.3% 밑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8.4bp(1bp=0.01%포인트)나 급락한 2.282%를 나타냈다. 국채금리 하락은 국채가격 상승을 뜻한다. 미 30년물 국채금리도 2.9%대로 떨어져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엔화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값은 오전 한 때 109.35엔을 보이는 등 110엔선을 하회하는 강세를 보였다. 엔화값이 이같이 오른건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반면 뉴욕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5.88을 기록해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 만큼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다시 사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적인 공습을 감행할 수 있다고 밝혀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도발에 대비해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배치한 점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도 유럽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추진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명 '트럼프케어'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동이 걸린 것처럼 트럼프노믹스의 주축인 감세법안도 의회 통과가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무역역조를 바로잡고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허세"라면서 트럼프 정책을 '종이호랑이'에 비유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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