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 대통령에 그 대변인…"히틀러도 화학무기 사용안해" 발언구설
입력 2017-04-12 16:05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이 11일(현지시간) "아돌프 히틀러조차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동안 막말 논란에 휘말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이어 '백악관의 입'인 스파이서 대변인도 경솔한 발언으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자국민에게 사린가스를 사용한 것을 염두한 듯 "히틀러만큼 비열한 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여러분이 러시아인이라면 자문해보라. 이게 여러분이 협력하고 싶은 국가이자 정권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청산가리 독극물을 사용해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자행한 사실을 한 기자가 지적하자 스파이서 대변인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사린가스에 관한 한, 히틀러는 아사드가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국민을 상대로 그 가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홀로코스트센터로 데려갔다. 나도 그걸 안다"며 "나는 아사드가 마을 한가운데서 무고한 이들을 향해 화학무기를 투하했다는걸 말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강제수용소를 홀로코스트센터로 표현한 것도 시비를 불렀다.
그는 브리핑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본질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화학무기를 인구밀집지역에 떨어뜨리는 시리아의 전술을 구별하려고 했다"며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모든 공격은 비난받아야 하고 용서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확산되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자신의 홀로코스트 관련 발언을 사과하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아사드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인데 실수로 홀로코스트에 대해 부적절하게 언급한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유대인 단체는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을 거세게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경시했다"며 스파이서 대변인의 사퇴를 주장했다. 히틀러 정권은 당시 16만~18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 유대계인 리 젤딘 하원의원은 "지금과 2차 세계대전의 전술을 비교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도 히틀러가 무고한 이들을 죽이려고 화학전을 벌인 사실은 엄중하다"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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