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슈트 핏(Fit)` 찾는 남성들…디자이너 맞춤 제작 `바람`
입력 2017-04-12 15:55  | 수정 2017-04-12 16:28

개인 취향을 고려한 맞춤 제작 서비스가 불황기 남성복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성제품과 차별화된 '나만을 위한 양복'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패션업체들은 이들의 요구사항을 고려해 수석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브랜드별 디자인 노하우를 담은 특별 맞춤복을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양복의 명가'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매년 상·하반기에 이탈리아 수석 재단사가 방한해 개인별 맞춤 제작을 총괄하는 '수미주라 프로모션(su misura,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을 실시한다. 이 기간 소비자는 직접 소재부터 사이즈, 자수 디테일 등을 선택하고 옷감의 무늬와 디자인 등을 결정해 양복을 제작할 수 있다. 개인별 요구 사항이 접수되면 수석 재단사와 함께 신제 치수를 비롯 디자인 피팅을 진행한 후 이탈리아에 의류 주문서를 보낸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옷은 국내로 배송된다. 2차 피팅을 거치면 비로소 맞춤복이 완성되는 식이다. 일반 기성 슈트의 경우는 300만원에서 400만원 사이지만 MTM 제품의 가격은 최소 500만원부터 원단, 디테일 주문에 따라서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회사는 10년 동안 이러한 MTM(Made To Measure)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양복을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제품 주문부터 완성까지 약 6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번 서비스를 이용하고 만족한 소비자들의 주문이 이어져 고정 소비자 비율이 단연 높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매년 30~40명의 소비자가 최소 3벌 이상 동시에 구매하고 있어 120~150벌 주문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바쁜 일정의 소비자를 위해서는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화로도 상담을 하고 있다"면서 "원하는 장소, 시간을 정해 소재 견본을 받아보고 제작의뢰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LF의 마에스트로는 지난해 제작지원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의 간접광고(PPL) 효과를 극대화 하기 10월 한 달간 '사이즈 오더 페어' 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기간동안 매장을 방문하면 개인의 체형과 사이즈를 측정하는 채촌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었다. 목적과 취향에 맞는 다양한 원단, 패턴과 어깨 패드 두께, 주머니 스타일 등의 부자재와 바지의 턱과 단 등의 세분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 2주 제작기간을 걸쳐 완성품을 판매했다. 일반적인 마에스트로 양복(50~165만원사이) 가격에서 추가 비용 없이 진행해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삼성물산 패션은 고급 슈트 제작을 목표로 란스미어 편집숍을 주축으로 맞춤 제작에 힘을 싣고 있다.남성복 시장이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을 반영한 '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함에 따라 관련 브랜드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맞춤 정장 서비스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운 10만원대 초저가 SPA(제조·유통일괄) 슈트에 맞서는 기존 패션 업체의 '비장의 무기'다. 브랜드 본연의 노하우를 담아낸 제작 슈트로 충성 소비자를 확보하고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맞춤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탈리아, 프랑스 등 100% 주문제작을 선보이는 '비스포크' 서비스와 달리 국내에서는 맞춤양복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77개 항목'에 포함돼 있어 서비스 폭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소비자 체형에 맞춰진 패턴을 뜬 후 각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제작하는 '반 맞춤 형식'의 MTM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이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슈트의 경우 사회 초년생이나 직장인들이 '한 번 구매해도 제대로 된 것을 사자'라는 소비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개인별 취향을 반영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한다"면서 "트렌드와 가격에 더 민감한 여성복과 달리 가격대가 있더라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남성 소비자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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