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50·사법연수원 19기)의 구속영장이 12일 기각됐다. 지난 2월 2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두번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1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 전 수석을 불구속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과 우 전 수석을 기소하면 지난해 10월 27일 특본 출범 뒤 5개월 넘게 계속된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에 대한 수사는 모두 마무리된다. 특본은 수사결과 발표 때 최태원 SK그룹 회장(57)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했거나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뇌물 또는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특본에 수사를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47·26기)는 12일 새벽 12시12분께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심사는 전날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7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는 영장심사에서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자신의 혐의를 적극 다퉜다.
앞서 우 전 수석은 11일 오전 10시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비위 의혹을 보고 받은 적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밝혔다. 또 '모든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자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 측 위현석(51·22기), 여운국(49·23기) 변호사는 영장 범죄사실 등을 부인하며 이를 적극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 후 다소 지친 표정으로 법원에서 나온 우 전 수석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정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다 사실대로 말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내 유치시설에서 새벽까지 법원 판단을 기다렸다.
검찰이 영장에 기재한 혐의는 크게 8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가지는 검찰이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대응에 대한 검찰 수사에 압력을 가하고도 청문회에서 이를 부인(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상 위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시 수사팀이 우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도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승객 구조에 실패한 해경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또 다른 혐의는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이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고 했다는 것(직권남용)이다. 우 전 수석은 최씨에게 도움이 되도록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한 감찰 성격의 확인 점검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6가지 혐의는 특검 수사 결과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개입과 사익 추구를 묵인·방조(직무유기)하고, 청와대 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무원을 표적감찰(직권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53·18기)이 미르·K스포츠 의혹이나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내사하려 하는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된 이후 박영수 특검이 공개적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으로 보지만 수사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고 말해 "경솔하고 무책임하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검찰은 11일 저녁 최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41)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인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씨가 인천본부세관장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인사와 관련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1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서울구치소에서 5번째 조사를 한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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