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재웅 칼럼] 전통공연예술진흥법 제정 시급하다
입력 2017-04-11 15:24 
[사진제공 = 유재웅 교수]


'국악소녀'로 불리는 송소희양은 장르를 뛰어넘나든다. 주 전공인 국악무대 뿐만 아니라 대중 가요 경연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온 국악 이외의 장르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는 송양을 볼 때 마다 한편으로 감탄을 하면서도 안쓰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악에만 전념한다면 더 크게 대성할거라는 아쉬움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송양이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송양이 출연한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국악만으로는 설 자리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타급 국악인이 이럴 정도면 다른 전통공연예술인들의 사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사회적 여건 속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꾼다는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 우리 전통공연예술인이 약 2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의 오랜 전통공연문화가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우리 것이 소중하다고 외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도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소중한 우리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자산으로 만들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 것에 대한 더 큰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한다. 대표적인 우리의 고유문화라고 할 수 있는 전통공연예술을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실태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법과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한다.
우리 전통공연예술의 실태와 소비자들의 기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6년에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가 잘 보여준다. 일선 현장의 전통공연예술인과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우리 전통공연예술은 대중성이 없어 자생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학교 내 교육의 확대와 방송, 언론 등 미디어 노출 강화 등 전통 공연예술에 대한 대중성을 확장할 수 있는 지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국내 일반인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인지도는 50.4%였으나, 지난 1년간 전통공연예술을 직접 관람한 비율은 15.4%에 불과했다. 전통공연예술을 직접 관람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관련 정보 부족"이 24.7%, "보다 재미있어야한다"가 17.9%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중 62.2%는 향후 1년 이내에 전통공연예술을 직접 관람할 의향을 보여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도 흥미롭다. 우리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지도는 21.5%로 국내 일반인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이 한국 전통공연예술을 접하는 경로를 보면, "방문시 지나가다가 보고"가 28.0%로 가장 많았고, "주변 사람 및 동료"가 20.3%, " TV/라디오"가 15.8%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한국 전통공연예술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렵다"에도 5점 만점에 2.83점을 부여했다. 이러한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수용자들 역시 "기회가 된다면 한국 전통공연예술을 관람할 의향이 있다"가 93.2%로 나타나 우리 국민들 이상으로 한국의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을 보여주었다.
우리 헌법은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계승과 발전, 창달을 헌법적 차원의 국가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헌법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우리 전통공연예술진흥법 하나 없는 실정이다. 전통공연예술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전통공연예술인들의 건의와 국민적 기대를 모아서 기본 인프라 구축과 진흥책을 체계적으로 강구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각 당의 후보자들이 표심을 붙잡기 위해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지만, 핵심은 정책 대결이다. 국가 경영의 성패는 결국 정책으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각 당이 제시하는 정책 공약에 주목한다. 각 후보 진영마다 참신하고 의미 있는 정책 개발을 위해 지금 고심들을 하고 있을텐데, 전통공연예술의 보전과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민 앞에 공약하고 실천에 옮겨 줄 것을 강력히 권유한다. 그동안 여러 정부가 간과해왔던 소중한 일이다. 이러한 의지를 담은 공약이 당선 후 실행으로 옮겨진다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 문화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유재웅 을지대 교수(전 해외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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